'脫권위·실력 중시' 삼성·현대차·LG '젊은 총수'의 선택

'젊은 임원' 대부분 이공계 출신
기업들 AI·5G 등 신사업 주력
IT트렌드 밝은 인력 수요 커져
AI인재는 최고위층이 직접 영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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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엔 유명 컨설팅 업체 출신의 중량급 인사를 영입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인사 내용이 공개되자 고참 직원들은 충격을 받았다. 2007년부터 4년간 책임연구원(과·차장급)으로 일했던 후배가 퇴사한 지 8년 만에 기획담당 상무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학박사 출신으로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를 거친 구자천 상무(38). 삼성전자는 반도체 개발 경험이 있고 기술 컨설팅 수행 실적이 풍부한 구 상무를 데려오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에서 30대, 40대 초반 ‘젊은 임원’을 영입하거나 발탁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석·박사학위를 보유한 ‘공학도’ 출신이 타깃이 되고 있다.
3말4초 '젊은 임원' 파격 영입·발탁 늘어난다

만 38세 최연소 상무 영입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엔 구 상무 외에도 30대, 40대 초반 젊은 임원이 적지 않다. 5세대(5G) 모뎀칩 설계팀을 이끌고 있는 이종우 상무가 그중 한 명이다. 이 상무는 1978년생(41세)이다. 서울대 전자전기공학부를 졸업한 뒤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2기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미시간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5G 이동통신 분야 무선고주파집적회로(RFIC) 제품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12월 임원이 됐다. 외국인 중엔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소속으로 ‘세계를 이끌 젊은 과학도 35인’에 선정(미국 매사추세츠공대)된 프라나브 미스트리 전무가 구 상무와 같은 1981년생으로 ‘최연소 임원’이다.

현대차·LG도 40대 초반 임원 늘어나

비교적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졌다는 평을 듣는 현대자동차와 LG그룹에서도 젊은 임원이 꾸준히 발탁·영입되고 있다. LG전자에선 지난해 12월 만 39세의 나이로 임원이 된 송시용 소재·생산기술원 제조역량강화담당 상무가 대표적이다. KAIST 산업공학석사 출신으로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발탁된 첫 30대 임원이다.

현대차에서도 40대 초반 임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최연소 임원은 1979년생(40세)인 장웅준 상무. 2017년 2월 이사대우로 승진했으며 자율주행기술센터장(상무)을 맡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달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미국 간담회 때 정 부회장 바로 옆에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에도 1980년대생 임원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김지원 SK텔레콤 티브레인담당 상무(1985년생)와 김성환 SK네트웍스 상무(1981년생)가 30대 임원이다. 네이버에선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를 이끌고 있는 신중휘 책임리더(1982년생)가 9월 임원급으로 승진했다. 노상철·박찬훈 네이버 책임리더는 이보다 앞서 임원으로 발탁됐다.

‘탈권위’ 중시하는 총수 영향 커

최근 영입되거나 발탁된 젊은 임원은 대부분 이공계 석·박사 출신이다. 기업들이 AI, 5G, 시스템 반도체 등 신사업에 주력하면서 최신 정보기술(IT) 트렌드에 밝은 인력을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해외 주요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AI 전문 인재들은 그룹 최고위층이 직접 영입에 나설 정도로 ‘귀한 존재’로 대접받는다.

주요 그룹 총수들의 연령대가 40~50대로 내려온 점도 젊은 임원 발탁이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산업계 관계자는 “‘탈권위’ ‘실력’을 중시하는 젊은 총수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젊은 임원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정인설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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