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경기 급랭 속 선방했지만 성장세는 둔화
韓상품 판매는 양호…해외 직접구매 중간집계서 日·美 이어 3위
알리바바 11·11 쇼핑축제 44조원 신기록…증가율은 역대 최저(종합)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경기가 급속히 둔화 중이지만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11·11(쌍십일) 쇼핑 축제' 거래액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거래액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과거 폭발적이던 성장 추세는 다소 꺾였다.

알리바바는 12일 저장성 항저우(杭州)시 본사 프레스룸에서 전날 0시부터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타오바오(淘寶), 티몰, 티몰 글로벌, 알리 익스프레스, 카오라 등 자사의 여러 플랫폼에서 총 2천684억 위안(약 44조6천200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올해 11월 11일 거래액은 작년 같은 날 거래액 2천135억 위안보다 25.7% 늘어났다.

거래액은 늘어났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09년 첫 11·11 쇼핑 축제 이래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중국의 전자 상거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알리바바의 11·11 쇼핑 축제 거래액 증가율은 꾸준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0년 무려 1천772%에 달했던 증가율은 2018년 26.9%까지 내려왔는데 올해 다시 1%포인트가량 더 떨어졌다.

중국 중신(中信)증권은 2018년 대비 올해 거래액 증가율이 20∼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다.

알리바바는 고성장 시대와의 결별에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다.

장융(張勇) 신임 알리바바 회장의 지시로 올해 행사를 총지휘한 장판(蔣凡) 타오바오·티몰 최고경영자(CEO)는 기자들과 만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쌍십일이 즐거움과 희망이 있는 진정한 축제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리바바가 성장의 문제에서 완전히 초연한 것은 아니다.

성장은 느려지고 징둥과 핀둬둬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까지 가세하는 형국에서 알리바바는 젊은 소비자 및 중소 도시를 일컫는 '3∼4선 도시' 소비자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올해 행사의 전략적 초점을 맞췄다.

또 20억 달러를 들여 왕이(網易·넷이즈)가 운영하던 업계 2위 해외 직구 플랫폼인 카오라를 인수하면서 몸집 불리기에도 나섰다.

올해부터는 카오라의 거래액도 새로 알리바바 그룹의 것으로 잡혔다.

알리바바의 쌍십일 성장세 둔화는 중국의 전체적 경기 둔화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올해 1∼3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6.2%로 낮아졌다.

4분기에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연초 제시한 경제성장률 하한인 6.0%를 달성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는 소비에 기댄 내수 확대에 기대가 크지만 9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7.5%로 16년 만의 최저치인 지난 4월 수준에서 맴돌았다.

물론 알리바바라는 한 회사에서만 하루 만에 2천684억 위안이라는 천문학적인 거래가 이뤄진 것은 여전히 상당한 선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올해 쇼핑 축제에서도 자국의 여전한 내수 시장의 잠재력을 보여주면서 무역전쟁으로 인한 소비 침체 우려를 어느 정도 떨쳐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대 규모의 쌍십일은 중국의 소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는 물론 징둥 등 다른 전자 상거래 업체들이 대거 가세한 가운데 연중 최대 소비가 몰리는 11월 11일 쇼핑 축제가 마무리되면서 주문 물량을 제때 배송하기 위한 '택배 전쟁'도 예고된다.

알리바바 한 회사에서만 11일 하루 주문받아 배송해야 할 상품은 10억개를 넘었다.

한편, 알리바바의 쇼핑 축제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판매는 일단 호조를 나타냈다.

아직 전일 통계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오전 0시부터 오전 1시 사이 중국 안팎의 84개 브랜드가 1억 위안(약 16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는데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후, 휠라 세 개가 여기에 포함됐다.

또 11일 마감 직전까지 해외 직접 구매 순위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자세한 국가별, 브랜드별, 제품별 거래 현황은 추후 발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