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금호산업이 받게 될 구주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주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다. 전날 주가 기준으로 3700억원 규모다.

구주 가격 더 받을 수 있나…박삼구의 고민
금호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구주 가격을 4000억원 이상 받길 원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금융권에 담보로 잡힌 주식과 부채 등을 갚기 위해선 5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구주 가격을 4000억원 아래로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4)은 “국제선 노선 70여 개를 보유한 국내 2위 항공사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뜻을 인수 후보자 측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금호산업은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측에 구주 가격을 높이기 위한 협상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주는 금호산업 등 금호그룹 재건에 쓰이는 자금인 데다 구주 가격이 높아질수록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들어갈 신주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매각 시한이 촉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채권단은 연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실패하면 지난 4월 인수한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 주도권도 회수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재계 순위 28위(자산 기준)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그룹 이름도 바꿔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규모는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11조4894억원)의 60%를 차지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자회사까지 매각되면 금호그룹의 자산은 3조원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금호그룹은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44) 주도로 그룹 재건에 나설 방침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은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라며 “금호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사업에도 투입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