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 본격 지원 땐
경쟁력 높아져…LCC 경쟁 심화
항공업계 구조조정 촉발 가능성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됨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도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안정화할수록 시장 파이가 줄어들어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데다 내년부터 에어프레미아 등 3개 저비용항공사(LCC)도 추가로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2.2%(자회사인 에어서울·에어부산 포함)다. 대한항공(관계사인 진에어 포함 29.6%)에 이어 2위다. 현재 국내 항공 시장은 대한항공 계열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할 만큼 두 국적사가 절대적이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악화 탓에 지원하지 못한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등을 HDC가 본격적으로 지원할 경우 아시아나 계열 LCC들의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2.0%와 4.2%로, 둘이 합쳐도 진에어(6.3%)에 못 미쳤다. 한 LCC 관계자는 “일본 안 가기 운동 등으로 흑자 노선도 급감한 상황에서 LCC 간 경쟁이 심해지면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항공사들이 먼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실탄을 마련해 참여했던 애경그룹과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등이 매물로 나오는 항공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인 대한항공도 올해 1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두세 달 전 매물로 나온 이스타항공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일본과의 관계, 보잉 사태, 홍콩 시위 등 악재가 많아 당분간 인수합병(M&A) 분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내년부터 에어프레미아·에어로K·플라이강원 등 LCC 세 곳이 새로 운항을 시작하면 한국의 항공사는 11개로 늘어난다. 일본(12개)과 비슷한 수로, 인구와 국토 크기에 비하면 그만큼 경쟁이 심해진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이 마무리됐고,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맞으면서 양대 국적사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는 데 의미를 찾고 있다.
사내게시판에 담화문 "잠재력 높은 시장 있어…재도약 발판 삼자"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12일 회사 매각 이후에 아시아나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한 사장은 이날 금호산업이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확정한 뒤 사내게시판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담화문을 올렸다.한 사장은 "매각 절차 완료 후 유입되는 신규 자본은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공고히 해 신용등급 회복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필요와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수익성 중심의 네트워크 항공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한 사장은 "근래 국내 항공산업 성장은 근거리 중심의 출국자 수요 성장세가 견인했지만, 앞으로는 입국자 수요와 함께 장거리 여행 수요 증가가 새롭게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이런 수요는 오롯이 아시아나 같은 대형항공사(FSC)의 몫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면서 "우리에겐 성장잠재력 높은 시장이 있고, 로열티(충성심) 높은 임직원이 있다.임직원의 열정과 경험이 이번 기회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아시아나를 건실한 기업이 되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한 사장은 "이번 매각 과정에서 지난 30여년간 아시아나가 쌓은 경험과 잠재된 성장 가능성을 인수 후보들에게 설명했다"면서 "투자자들은 아시아나의 경험과 잠재력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확신을 갖고 참여했다"고 소개했다.그는 이어 "아시아나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준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과 입찰 참여 회사들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한 사장은 본계약 체결과 기업결합 신고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며 "매각 완료까지 각자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연합뉴스
국내 2위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7일 본입찰 전 “건설업을 벗어나 모빌리티 그룹으로 가기 위해선 아시아나항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입찰가를 높일 것을 지시했다. 당시 시장 안팎에선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자회사를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가 최대 2조원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2조5000억원을 적어냈다. 경쟁자 애경그룹과의 격차를 1조원 이상 벌리며 가격 면에서 압도했다. 정 회장의 강한 인수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금호산업은 12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금호산업은 “HDC현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전날 국토교통부의 인수후보 적격성심사도 통과했다. 올해 말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면 HDC의 재계 순위는 33위에서 18위로 뛰게 된다.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통 큰 베팅’을 한 것은 건설업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호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 위험이 큰 건설업 외에 안정적인 신규 사업을 모색해왔다. 재계에선 정 회장의 부친인 ‘포니 정’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동차에서 항공으로 대상이 바뀌긴 했지만 건설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서울 한강대로 HDC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HDC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항공을 비롯해 육상과 해상 쪽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포니정' DNA 물려받은 정몽규…"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할 것"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2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평소 언론 노출이 적은 그였지만 이날만은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한 듯 보였다. 간담회엔 실무진이 배석해 있었지만 모든 질문에 직접 답했다. 그의 발언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의지가 그대로 투영됐다.“아시아나 경쟁력 강화가 최우선 목표”정 회장이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강화다. 그는 “항공업이 어렵지만 2조원 이상 증자를 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가게 된다”며 “자금 악순환이 이어졌던 아시아나항공을 선순환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경제가 좋지 않은데 왜 인수를 추진하냐고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가 오히려 기회”라며 “위기일 때 오히려 상당히 좋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고 했다.HDC현산 컨소시엄이 입찰에서 적어낸 대로 2조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하면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660%에서 300%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부채비율이 880%에 달하는 대한항공보다 재무상태가 좋아진다. 재무구조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이날 12.86% 급등해 6580원에 마감했다.2조5000억원 베팅 배경은HDC현산을 비롯한 HDC그룹은 대규모 투자로 인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현재 HDC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BBB-에 그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HDC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가 열악하고 자산과 부채 덩치가 크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정 회장은 그러나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HDC현산 컨소시엄은 입찰 과정에서 5조원 이상의 자금 증빙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기존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충분히 댈 수 있다고 과시한 것이란 풀이다.범(汎)현대가의 지원사격도 예정돼 있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인수전 초기부터 오너가 모임에서 조언을 구하고, 인수전 막판에는 범현대가 여러 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여객 및 물류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향서(LOI)를 받아 매각 측에 제출했다.아시아나항공 산하의 저비용항공사(LCC)나 사업부를 떼어내 매각해서 곧바로 현금을 회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 회장은 간담회에서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등 인수 계획은 구체화된 게 없다”며 “전략적 파트너와 회사를 세우는 것까지 열어놓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모빌리티그룹 지향정 회장은 원래 현대자동차에서 핵심 경력을 쌓았다. 1988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199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34세였던 1996년엔 현대차 회장직을 맡았다. 아버지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의 운전대를 잡을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현대그룹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현대차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갔고,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을 받게 됐다. 정 회장은 2005년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 부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 재단’을 세워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재계에선 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부친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정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HDC가 모빌리티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HDC현산은 경전철 등 육상 사업과 항만 등 해상 관련 사업을 이미 하고 있다.자회사 지배구조는 ‘숙제’남아 있는 과제 중 하나는 아시아나 자회사들의 지배구조 조정이다. 이번 인수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을 한꺼번에 사오는 방식이다. 문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아시아나 자회사 중 에어서울,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아시아나세이버의 지분율은 각각 76.2%, 44.2%, 80%에 그친다. 지분을 더 사서 100%를 맞추든지 재매각해야 한다.이상은/구민기/김은정 기자 selee@hankyung.com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금호산업이 받게 될 구주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주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다. 전날 주가 기준으로 3700억원 규모다.금호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구주 가격을 4000억원 이상 받길 원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금융권에 담보로 잡힌 주식과 부채 등을 갚기 위해선 5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구주 가격을 4000억원 아래로 적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4)은 “국제선 노선 70여 개를 보유한 국내 2위 항공사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뜻을 인수 후보자 측에 전달했다는 후문이다.금호산업은 HDC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측에 구주 가격을 높이기 위한 협상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주는 금호산업 등 금호그룹 재건에 쓰이는 자금인 데다 구주 가격이 높아질수록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들어갈 신주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매각 시한이 촉박하다는 점도 변수다. 채권단은 연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실패하면 지난 4월 인수한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매각 주도권도 회수할 방침이다.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재계 순위 28위(자산 기준)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그룹 이름도 바꿔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규모는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11조4894억원)의 60%를 차지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자회사까지 매각되면 금호그룹의 자산은 3조원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금호그룹은 박 전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44) 주도로 그룹 재건에 나설 방침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은 금호산업의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라며 “금호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규 사업에도 투입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