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중국인 고객들이 화장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4일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서 중국인 고객들이 화장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렸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사업권)가 새로 풀리지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수익악화로 올해 한화갤러리아에 이어 두산마저 면세점 사업권을 토해낸 탓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이른바 '면세점 빅3'는 신규 입찰에 불참을 예고했다. 대기업집단 계열 기업 중에서는 현대백화점면세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너도나도 서울 면세점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던 풍경도 옛일이 됐다. 흥행 역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서울 3개·인천 1개·광주 1개·충남 1개 등 총 6개 시내면세점 특허에 대해 입찰에 들어간다.

올해는 각 기업의 대표가 앞다퉈 입찰에 나섰던 2016년 당시와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 업계 1~3위는 모두 사실상 불참을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 만이 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가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롯데·신라면세점 역시 참가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두타면세점 자리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이 반납하는 동대문 두타면세점 사업을 이어받아 '2호점'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입찰 참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3곳의 신규 특허에 대기업집단 계열 면세점 1곳만이 입찰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흥행 실패'가 예고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면세점 점포 수가 빠르게 늘면서 과도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며 "현 상황에서는 신규 점포를 늘렸을 때 득보다 실이 많다"고 토로했다.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사진=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실제 2015년 혈투 끝에 면세점 특허를 따낸 서울 시내 면세점 중 2곳이 올해 연이어 폐업을 결정했다. 한화갤러리아에 이어 두산이 면세점 특허를 반납하자 업계에선 '승자의 저주'가 결국 현실화했다는 탄식이 나왔다.

이는 서울의 면세점 개수가 급증한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주요 고객 변화 등으로 면세점 손익 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5년 6곳에 그쳤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해 13개로 늘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면세점의 '큰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에서 보따리상(따이궁)으로 바뀌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면세점 간 출혈경쟁 속 따이궁을 끌어오기 위한 유치 수수료가 가중됐다.

이에 국내 면세점 업계가 연이어 월간 최대 매출을 경신했지만 경쟁력이 부족한 신규 면세점들은 적자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면세점들은 지난 9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다. 9월 매출 2조2421억원은 직전 최대치 8월(2조1846억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신기록을 쓴 것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연간 기준으로 매출 20조원 돌파가 기대된다"면서도 "매출의 70% 이상이 따이궁으로부터 나오는 매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순이익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