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내부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내부 [사진=현대자동차]
이달 28일께 정식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 'GV80'이 SUV보다 럭셔리카 라인업 확대 차원에서 개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 BMW 등 세계적 명차 브랜드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한 포문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 'GV80' 탄생 이유…SUV 아닌 '럭셔리'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사진=현대자동차]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오는 28일 GV80을 공개할 예정이다. GV80은 제네시스가 2015년 브랜드 출범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SUV 모델로서 제네시스의 더 넓은 타깃층 확보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체 판매대수는 GV80이 출시되고 나면 올해 8만4000대에서 내년 13만9000대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중형 SUV인 GV70이 출시되고 GV80·G80의 수출 물량이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2021년에는 17만3000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의 분석이 현실화되면 제네시스는 현대차 전체 판매대수 내 비중이 1.9%에서 3.7%로 증가하고 현대차의 자동차 부문 매출액 내 비중이 6%에서 11%까지 올라간다.

그는 "GV80을 통한 영업이익은 제네시스 영업이익의 6.7%, 연결 영업이익의 5.0%를 기여할 것"이라며 "제네시스 브랜드 전체적으로는 현대차의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에 15% 기여, 연결 영업이익 내 기여도는 11% 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車불황…럭셔리로 뚫는다
GV80 스파이샷 [사진=네이버 GV80 카페 캡처]
GV80 스파이샷 [사진=네이버 GV80 카페 캡처]
GV80로 제네시스를 더욱 키우려는 현대차의 전략은 글로벌 자동차 경기 불황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올해와 내년 각각 -2%, +1%로 저성장 국면이 이어진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차가 신차 출시로 일시적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과점화된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송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부진하지만 럭셔리 자동차 수요는 양호한 편"이라며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세그먼트는 2013년 이후 연평균 6% 성장해 올해 기준으로 108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동차 전체 시장의 성장률 2% 대비 3배 높은 성장이고 자동차 시장 내 비중이 2013년 9%에서 2019년 11%로 상승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4년간 점유율이 하락했던 원인은 중국에서의 입지 약화보다 미국에서의 럭셔리 부문에 대한 대응력 부재가 가장 컸다. 미국에서 SUV 신차를 통해 점유율을 일부 회복했지만 럭셔리 부문은 여전히 부진하다.

실제로 미국 내 현대·기아차의 전체 점유율은 7.3%이고 승용·SUV 세그먼트 내 점유율도 각각 13.3%, 6.1%이지만 럭셔리 세그먼트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도요타 렉서스의 미국 럭셔리 내 점유율이 14.6%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전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럭셔리 세그먼트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럭셔리 세그먼트는 평균 판매단가가 일반 차량에 비해 2~4배 이상 높고 이익률에서도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4%에 그치지만 다임러·BMW의 영업이익률은 7% 이상이다. 때문에 럭셔리 모델 라인업 확장은 현대차 수익성 개선에 반드시 필요하다.

◆ "GV80, SUV보다 럭셔리 마케팅 접근해야"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내부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80 콘셉트카 내부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2021년까지 제네시스 라인업을 SUV 3종 포함, 세단 라인업까지 대폭 늘리며 총 6종의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문제없이 진행되려면 엔트리 세단 'G70', 대형 세단 'G80', 플래그십 세단 'G90' 등 세단 라인업을 완성한 상태에 SUV 라인업을 추가해야 한다.

종합하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판매가 많았던 벤츠와, BMW, 아우디와 경쟁해야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네시스는 SUV 차종인 준대형 GV80와 중형 GV70의 출시가 확정됐고, 6개 차종을 통한 풀라인업 구축으로 현재 2% 수준인 현대차 내 제네시스 판매비중을 2025년까지 5~6%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는 일본 도요타 내 렉서스 비중인 7%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GV80을 개발한 현대차도 'SUV 개발'보다는 '럭셔리카 개발'에 더욱 초점을 맞췄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미국에서는 제네시스가 럭셔리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GV80의 이미지 마케팅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