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뜨거운 감자' 된 환경영향평가

문재인 정부, 경기 둔화에
부랴부랴 개발 사업 나섰는데…

환경영향평가 찬·반 팽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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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와 스위스는 환경 의식이 낮아서 명산마다 케이블카를 만들었답니까?” 지난 9월 16일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부동의 결정을 내리자 범부처 회의에서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가 이같이 성토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반 사항을 충분히 검토해 내린 결정”이라며 반박했고 부처 관계자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국토교통부가 크게 술렁였다. 환경부로부터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수정·보완하라”는 예상 밖의 통보를 받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추진해온 사업들이 잇따라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에 걸려 좌초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졌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외에 강원 강릉 안인풍력발전소, 전북 진안 마이산 케이블카, 울산 영남 알프스 케이블카 등 지역별로 추진하던 핵심 개발 사업이 최근 1~2년 사이에 줄줄이 무산될 위기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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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vs 경제부처 곳곳 마찰

한국에서 1981년부터 시행된 환경영향평가는 어떤 사업을 수립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평가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환경부에 제출하는 제도다. 규모에 따라 전략·일반·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세 가지로 나뉜다. 환경부는 평가서를 검토해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중 의견을 결정한다.

현 정부 들어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를 돌려보내거나 최종 부동의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0.5%에 불과하던 환경영향평가 부동의율은 지난해 2.8%로 높아졌다.

관가에선 최근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비율이 급등한 것은 환경부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김혜애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등 환경단체 출신들이 청와대와 환경부, 산하기관에 대거 입성하면서 환경 기준에 대한 눈높이를 크게 높여놨다는 분석이다. 환경부가 부동의하면 사실상 사업은 엎어지게 된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주무부처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도 ‘특수한 사유가 없는 한’ 환경부 장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행정소송 등 구제절차가 있지만 행정기관 간 법정다툼을 벌인다는 부담에다 추가 시간을 감안하면 사업성은 크게 떨어진다.

한 정부 부처 전직 관료는 “건설 경기 부양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경기 침체가 심화되자 부랴부랴 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부 내 요직에 꽂혀 있는 환경단체 출신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가 제 발등을 찍은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재생에너지 사업도 ‘제동’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확대 사업도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남부발전의 강릉 안인풍력발전소 사업은 4월 환경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남부발전은 2010년부터 강릉시 언별리 부지에 2.3㎿ 풍력발전기 27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산업부도 전원개발촉진법을 통해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등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올해 4월 “사업 예정지는 한반도 생태축의 핵심 지역인 백두대간보호지역과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이 포함돼 있는 등 우수한 생태환경이 잘 유지되고 있는 산림이라 사업 시행 시 훼손이 우려된다”고 남부발전에 부동의를 통보했다. 안인풍력발전소 사업이 사실상 좌초되면서 남부발전이 2022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국산 풍력 100기 프로젝트’ 달성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환경부의 월권” vs “평가 강화해야”

환경단체 등은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현재보다 더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 17개 환경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전국연대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영산강유역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 비자림로, 창녕 계성천 등이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로 파괴되고 있다”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사후환경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 작성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영향평가가 각종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아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최근 국회에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를 할 수 없고 ‘조건부 동의’나 ‘동의’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한 환경공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서두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화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했지만 현 정부는 2017년 7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도록 방침을 바꿨다”며 “이처럼 정권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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