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최근 미국에서 거물급 인사를 잇달아 영입했다. 인사들의 경력이 화려해 인사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투자 유치, 나스닥 상장 등이 주로 나오는 얘기다.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은 지난 1일 나이키 부사장 출신인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다. 파커 CAO는 쿠팡 합류 전 나이키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외부 회계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 등을 담당했다. SEC는 미국 증권 업무를 감독하는 정부 직속 기관이다. 나이키 합류 전에는 월마트에서 재무통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도 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케빈 워시를 이사회에 끌어들였다. 워시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중앙은행 이사를 지냈다.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대표단으로도 활동했다. 미국 정부에서 공직을 맡기 전에는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인수합병(M&A) 부사장 및 총괄임원을 지냈다. 지난 3월 미국 월마트 출신의 법률 전문가 제이 조르겐센을 법률·윤리경영책임자(CCO)에 앉혔다. 쿠팡 입사 직전 7년 동안 월마트 부사장 겸 CCO를 역임했다.

거물급 영입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 또는 직접적인 투자 유치 목적보다는 기존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데려오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최대 투자자는 비전펀드다. 지금까지 투자액만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 2017년 결성된 비전펀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애플 등이 자금을 넣었다. 이들에게 쿠팡의 상황, 성과 등을 설명하려면 ‘급’이 맞는 사람이 가는 게 신뢰도 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해외 인사 영입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준비 단계라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의 누적적자는 현재 수조원에 이른다. 자금 유치가 시급한 만큼 나스닥 상장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거물을 영입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나스닥 상장은 계획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