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민간 경제연구소가 대부분 ‘내년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과는 차별화되는 전망치다.

박춘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0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은 전망치를 1.9%로 지난 8월 전망(2.1%)보다 낮춰잡은 대신 내년에는 다소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실장은 △글로벌 교역이 회복되고 △반도체 시황이 나아지며 △주요국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금융연구원 전망치는 다른 금융사와 민간연구소에서 내놓은 수치와는 차이가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9월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은행권 대표적 연구소인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지난달 말 ‘1.9%’를 제시하면서 “‘성장률 2%대 시대’가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선 이보다 낮은 1.8%를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 경기가 하강할 게 확실시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성장률은 2% 이하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연구원의 ‘각론’에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연구원은 건설부문 부진과 가계소비 심리 악화를 내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았다. 또 “인구구조 변화(고령화)와 경기 불확실성 증대 등이 성장률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성장률 전망치는 2%대를 유지했다. 금융권 일각에서 민간 연구소인 금융연구원이 인사와 예산 등에서 금융위원회 통제를 받기 때문에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 실장은 “시장에서는 경기와 물가를 (실제 상황보다) 좀 더 불확실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송영찬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