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본사 앞 현판.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본사 앞 현판.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가려내는 본입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흥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와 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은 다크호스다. 어떤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입찰에 참여할지 관심사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 31%·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금호산업 등은 본입찰을 거쳐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에 속도를 내 가능한 올해 안에 매각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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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시아나항공 주가(4일 종가 5790원) 기준으로 추산한 구주 인수대금은 3977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신주 발행액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수금액은 1조원을 넘어갈 것으로 IB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아울러 원칙적으로 자회사인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곳까지 함께 매각한다는 방침인 만큼 총 매각 가격은 1조5000억∼2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산업은 지난 9월 예비입찰을 통해 쇼트리스트(적격 인수후보)를 뽑아 실사를 진행, 본입찰을 준비해왔다. 인수전에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산하에 둔 애경그룹이다. 당초 IB업계에서는 인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무게를 뒀으나 애경그룹이 당초 예비입찰에 별도로 참여한 토종 PEF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연합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동안 자금력에서 열세란 평가를 받았던 애경그룹은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굴리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의 연합으로 인수전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애경그룹은 LCC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워낸 경영능력을 피력하고 있다. 애경그룹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M&A) 후 한국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인수 의지를 연이어 밝히고 있다.

인수전의 또 다른 한 축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꼽힌다.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데다 미래에셋대우 특유의 과감한 베팅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사업 다각화에 나선 HDC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함께 운영 중인 면세점, 호텔 사업 등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CGI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콩계 PEF 뱅커스트릿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황에서 연합하는 SI에 따라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성부 대표가 항공사 경영 참여에 의지를 보인 만큼 대기업 SI와 손잡을 경우 '다크호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KCGI 컨소시엄이 지난 4일 SI 선정 사실을 매각 주간사에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여전히 한화 등 대기업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라 연구원은 이어 "유력 적격 인수후보 2곳이 시장예상치인 1조5000억~2조원 이상의 인수 가격을 써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본입찰 흥행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