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1.6명. 2005년 정부가 내세웠던 목표다. 여성 한 명이 평균적으로 낳는 아이 수를 의미하는 출산율이 이 해에 1.08명까지 떨어지게 되자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고 강력한 대책을 펴나가기로 했다. 2006~2015년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만 152조1000억원에 이른다. 2016년부터 작년까지 116조8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13년간 총 268조9000억원이다.

초반에는 효과가 나는 듯했다. 출산율이 2006년 1.12명으로 개선됐고 이후 1.1~1.2명을 유지하다가 2013년 1.30명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하향세를 그리더니 지난해엔 사상 초유의 0명대(0.98명) 출산율이 현실이 됐다.

무엇이 패착이었을까. 우선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의욕과 관심이 약해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08년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격이 낮아졌다. 2012년 다시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바뀌었지만 대통령의 회의 주재는 1년에 한두 번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이 공식 주재한 회의는 단 한 건이다.

위원회가 갖는 한계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자문기구 성격이다 보니 행정 부처들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예산이 수반되는 대책을 새로 기획해서 확정 짓는 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고 말했다.

보여주기식, 백화점식 대책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간 위원회가 발표한 대책을 보면 정부가 별도로 추진한 복지·고용 대책을 저출산정책이라고 ‘포장’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기초연금, 육아휴직급여, 노인일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중학교 자유학기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채용 확대, 다문화가족 안착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확대 등 저출산과 연관이 적은 대책도 많았다. 대책의 가짓수만 늘리는 데 급급해 실효성이 높은 대책을 발굴하는 데 소홀했다는 얘기다.

사회 전반의 무관심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의견이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면 정부뿐 아니라 기업, 노동계, 시민사회 등이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하는데 대부분이 ‘당장 내 문제는 아니다’는 식으로 인식하다 보니 문제 해결을 위한 동력이 제대로 생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