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프랑스의 ‘기업환경’ 경쟁력은 외국인직접투자(FDI) 추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FDI 규모는 2016년만 해도 213억달러와 231억달러로 엇비슷했으나 이듬해부터 차이가 벌어졌다. 한국의 FDI가 작년 269억달러로 2년간 26.3% 늘어나는 사이 프랑스에선 61.5% 급증했다.

韓, 법인세 올려 외국인투자 급감…佛, 잇단 감세 사상최대 투자유치
올해는 ‘실력’ 차이가 훨씬 크다. 상반기 한국이 유치한 외국인투자는 99억달러에 불과했다. 프랑스(약 295억달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 FDI가 최대 20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190억달러) 후 5년 만의 최악이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상승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노동규제 강화 등으로 기업투자 여건이 나빠지고 법인세율이 오른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했다. 2017년까지 24.2%(지방세 포함한 최고세율 기준)였던 한국 법인세율은 작년부터 27.5%로 인상됐다. 가업 승계 때의 상속세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범정부 차원의 투자유치 노력도 거의 없다.

반면 프랑스는 외국인투자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작년에만 사상 최대인 1323건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매주 평균 25건이다. 이를 통해 마련한 일자리가 3만302개에 달한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설명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기업인을 대상으로 ‘국가 세일즈’에 나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해외 최고경영자(CEO) 150여 명을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으로 초청해 ‘프랑스를 선택하세요(Choose France)’란 이름의 콘퍼런스를 열었다. 올초 ‘노란조끼’ 시위가 확산하자 세계 기업인을 향해 “대중의 저항에도 프랑스 경제를 중단 없이 개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내년엔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를 추가로 낮출 방침이다. 최근 발표한 2020년 예산안엔 기업·개인의 내년 세 부담을 102억유로(약 13조원) 감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프랑스는 현재 최고 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로 낮추기로 했다.

조재길/설지연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