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심각한 경제위기 직전 상황에 처했으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외국 언론의 경고가 나왔다.

영국 유력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9일(현지시간) ‘잃어버린 수십년? 한국은 더 심각할 수 있다(Lost decades? For South Korea, it could be even worse)’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11위 경제 규모의 한국이 위기 직전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한국이 위기에 처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 등 대외 요인뿐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법인세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란 것이 이 매체의 분석이다.

텔레그래프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한국 경제 분석을 인용했다. 박 교수는 “한국 경제가 불황을 겪게 되면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2011년부터 줄곧 하향세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위기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텔레그래프는 문 대통령이 경기 회복을 약속했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갈등 등이 겹치면서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문제는 이 같은 대외적 요인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에서도 비롯됐다는 게 텔레그래프의 분석이다. 텔레그래프는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을 목표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단행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영세기업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파산했고, 취직 시장에 뛰어든 20대 일자리가 더 줄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법인세와 상속세도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법인세가 2017년 24.2%에서 지난해 27.5%로 오르면서 한국 기업이 외국으로 설비를 이전하고 있고 한국을 역내 기반으로 삼는 외국 기업은 줄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승계 시 최대 65%인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의욕을 저하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한국 유권자들은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문 대통령이 경제 방향을 선회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