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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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30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째 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더 내렸다. 지난 7월과 9월에 이어 세 번째 인하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1.75%가 됐다.

외환전문가들은 "FOMC 회의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외환시장도 현 환율 수준에 기준금리 인하 재료가 선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이들은 "연말 소비시즌과 국내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달러 대비 원화는 재차 1180원대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초 12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1170원대로 내려앉더니 29일엔 1160원대까지 내려왔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강세를 보인 것은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을 보인 데다 중국 위안화도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여기에 롱스탑(매수 물량 감소)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강세를 이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관세 연기 가능성 등이 부각됐다"며 "원화는 작년부터 위안화와 연동돼 움직여 왔는데 최근 위안화의 약세가 잦아들면서 원화 강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점치던 매수 물량이 줄어들면서 원화가 하락 폭이 커졌다"고 부연했다.

원·달러 환율 수준은 이렇게 단기에 큰 폭으로 낮아졌지만, Fed의 금리인하 결정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에서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면서 "시장에서 나타난 롱스탑, 바닥을 확인하는 숏플레이(매도 물량) 등이 이를 반증한다"고 했다.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다시 1180원 부근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것. 달러 강세를 견제할 수 있는 통화들이 힘을 못 쓰고 있고 연말 소비시즌 등을 통해 미국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민 연구원은 "유로존의 재정지출정책은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고 중국의 부양책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달러 강세를 견제할 만한 유로화, 위안화의 반등신호는 전무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말 소비시즌을 맞아 미국 경기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은 달러 강세 요인"이라며 "원화의 방향성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반도체 시황이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부진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화는 다시 약세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