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K] 4회 : 'K유산균' 풀무원 김치

▽ '비건 프로바이오틱스' 열풍 타고 각광
▽ 美시장 점유율 1위…월마트 뚫었다
▽ 김치 발효 최대한 늦춰…젓갈도 뺐다

■ 넥스트K ■ 차세대 한류 주역을 꿈꾸는 이들을 찾아나섭니다. 케이(K)팝, K뷰티, K푸드 등을 잇는 새 K열풍을 위해 오늘도 많은 기업과 젊은 스타트업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넥스트K]에서 한류의 새 주역을 미리 만나보세요 _ 한경닷컴 산업부
이준화 김치CM이 미국에 수출하는 풀무원 김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준화 김치CM이 미국에 수출하는 풀무원 김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앞으로 한국 김치가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처럼 전 세계에 통용되는 고유 명사가 되도록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준화 풀무원 김치 카테고리 매니저(CM)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김치가 미국 시장을 필두로 세계적으로 K푸드를 대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풀무원 김치는 '비건 프로바이오틱스', 즉 유산균 발효 채소 음식으로 미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고기보다 채식을 즐기는 미국인들이 늘면서 김치 내 유산균 발효 건강성까지 함께 주목받으면서다.

그 덕에 미국 진출 1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 기준 미국 대형유통매장에서 시장 점유율은 40.4%에 달한다.
풀무원 김치가 미국 최대 유통매장인 월마트(Walmart)에 이어 제2유통인 크로거(Kroger) 등 총 1만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 풀무원)

풀무원 김치가 미국 최대 유통매장인 월마트(Walmart)에 이어 제2유통인 크로거(Kroger) 등 총 1만 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진 = 풀무원)

풀무원은 지난해 9월 국내 김치제조사 중 최초로 글로벌 유통사 미국 월마트와 퍼블릭스(Publix) 전 매장에 입점했다. 월마트 3900개 매장과 퍼블릭스 1100개 매장 등 총 5000개 매장에 입점한 뒤 현재 카운티 등 지역 마을 단위까지 총 1만여개 매장에서 한국산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이준화 CM(부장 직급)은 올해로 12년간 식품업계에 몸 담은 배테랑이다. 2007년 12월 CJ제일제당에 입사, 식품마케팅 브랜드매니저로 9년간 일했다. 이후 오리온에서 신규사업기획을 담당한 뒤 2018년 9월 풀무원식품 김치사업 카테고리매니저로 합류했다.

◇ 건강한 '한국 김치' 승부수…발효 최소화

풀무원은 '한국식 김치'로 승부했다. 한국에서 제대로 만든 김치를 미국에서 동일하게 맛 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미국엔 현지 업체들이 만든 김치나 중국산 김치가 주를 이뤄, 한국 김치와는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했다.
미국 1만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풀무원 김치 4종. (사진 = 풀무원)

미국 1만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풀무원 김치 4종. (사진 = 풀무원)

이 CM은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는 표준화가 잘 안 돼 있었다"며 "깊은 맛이 나지 않고, 신맛만 강하게 나는 편으로 우리가 아는 '한국 김치'와는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풀무원은 '한국 김치'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는 "외국에서 생산된 김치는 한국 김치와 맛이 다르다"며 "현지에 생산된 배추 등 원물이 다르기 때문인데, 우리는 한국 김치의 특성인 아삭하고 신선한 맛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외국인의 입맛을 고려, 최대한 발효를 늦추는 데 집중했다. 아직까지 외국에선 발효라는 개념이 부패와 혼동할 정도로 친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CM은 "발효를 늦추기 위해 젓갈을 넣지 않았는데, 그 덕에 풀무원 김치는 100% 식물성이 됐다"며 "미국 내 '비건 프로바이오틱스' 열풍이 불고 있어, 김치를 통해 건강한 유산균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고 설명했다. 초기에 제품 윗면에 'NEW'라는 띠를 붙였지만, 최근엔 'PROBIOTICS(유산균)'을 달았다.

◇ 김장독 스타일…3900개 월마트 뚫었다

글로벌 통합 용기도 만들었다. 이 CM은 "얇고 긴 용기를 통해 표면적을 최소화해 발효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식"이라며 "냉장고 크기와 관계 없이 보관이 용이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김장독 쿨링 시스템'도 한 몫을 했다. 그는 "김장독 클린시스템을 이용해 원료 입고부터 출고까지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는 게 풀무원만의 강점"이라며 "익산 공장은 IOT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활용해 온도 습도 관리에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월마트에 100개, 300개 테스트 매장을 거친 뒤 올해 3900개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그는 "테스트 매장에서 판매데이터를 확보하는 중에 판매량이 늘어나는 등 가능성이 보이는 부분이 생겨서 올해 전격적으로 김치 매대가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현재 한인들이 거의 없는 마이애미에서도 김치가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입점 조건이 까다로운 월마트에 입점했다는 게 다른 미국 유통채널엔 신뢰도로 부여했다"며 "월마트는 SKU(품목수)는 한정적이지만 판매량을 늘려 수익을 내는 채널인 만큼 입점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두부를 통해 구축해뒀던 미국 유통망이 큰 도움이 됐다. 풀무원은 1991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진출했다. 2004년 콩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와일드우드 내추럴푸드', 2009년 냉장 파스타 등을 생산하는 몬트레이 고메이 푸드를 인수했다.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하며 2만여개 영업유통망을 확보, 미국 두부시장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미국 주류 시장에 나선 지 1년 만에 빠르게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30년간의 노력이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풀무원은 1986년 명가김치박물관을 인수, 2015년부터 서울 인사동에서 '뮤지엄 김치간'을 운영하고 있다. 김장 문화 등 김치 체험행사를 전개하며, 뮤지엄 김치간은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박물관 중 한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 CM은 "외국에선 30년간 뮤지엄 김치간을 운영했다는 것 자체가 김치에 대한 진정성으로 통했다"며 "김치가 수익 관점에서 크진 않지만, 김치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노력이 영업 현장에서 많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비건 프로바이오틱스' 열풍 타고 각광

세계적으로 싸이, BTS 등이 나오면서 K-POP 열풍을 타고 한국 음식(K-Food)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김치의 인지도는 낮다는 게 이 CM의 생각이다.
이준화 김치 CM이 미국에 수출하는 풀무원 김치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이준화 김치 CM이 미국에 수출하는 풀무원 김치 제품을 들고 있다.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특히, 미국 동부 지역에선 '한국 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는 "서부 쪽은 동양인도 많고, 왠만한 매장에서 김치 메뉴가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지만 마이애미와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백인들만 있다"며 "마이애미에 있는 월마트와 퍼블릭스 매장에 갔었을 때 김치 매대를 못 찾아 직원에게 문의했지만, 직원들도 김치를 모를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박람회에선 김치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김치가 '한국의 맛'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그는 "미국 내추럴 프로덕트 엑스포(자연식품박람회)에 참가했을 때 김치 맛을 첨가한 독일 사우어크라우트도 봤다"며 "발효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김치가 한국의 맛 중 하나로, 건강한 이미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어크라우트는 독일어로 '신맛이 나는 양배추'란 뜻으로, 채썬 양배추를 소금에 버무린 뒤 발효시킨 일종의 '독일식 김치'다.

올해 남은 기간엔 미국에서 '한국 김치'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지에서 김치사이트를 구축, 김치를 빵이나 햄버거 핫도그와 곁들어 먹을 수 있고 바비큐에도 적합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가인증제를 통해 '한국 김치'를 전면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처럼 그 국가와 대표 메뉴가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앞으로 풀무원은 다른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한국 김치가 크게 두각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김치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로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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