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41)이 그룹 내 ‘미래 사업가’들을 만났다. 도전을 통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미래 사업가들의 직급은 임원이 아니다. 책임(차장·부장)급뿐만 아니라 선임(대리·과장)급도 있다. 10대 그룹에서 가장 젊은 총수가 젊은 인재 발굴과 육성을 통해 본격적인 미래 준비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본지 7월 8일자 A15면 참조‘젊은 인재’ 사업가로 키운다13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11일 경기 이천에 있는 LG인화원에서 ‘미래 사업가’로 선정된 젊은 인재 100여 명과 만찬을 함께했다. 올 하반기부터 도입한 ‘LG 미래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된 인원이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꿈을 크게 갖고 힘차게 도전해 더 큰 미래를 위한 성장에 집중해 달라”며 “고객을 위해 흘린 땀과 노력이 LG의 미래라는 것을 꼭 기억해 달라”고 강조했다.구 회장은 “여러분이 사업가로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미래 사업가 육성 프로그램은 구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미래 준비’의 일환이다. 각 계열사에서 미래의 사업가로 키울 만한 핵심 인재들을 추천받아 약 3개월간의 심사 끝에 100여 명을 육성 대상자로 선정했다. 3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젊은 인재들을 뽑은 것도 특징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변화를 위한 도전과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 인재들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LG가 기존의 관성을 깨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LG그룹이 미래 사업가를 육성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고 시장을 개척하는 현장의 사업가들이 그룹 내에 많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 프로그램도 이들이 사업가 마인드를 키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선배 경영인으로부터의 멘토링은 물론 직무 특화 교육을 받고, 도전 과제도 수행하게 된다.“실패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할 기회도 준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도전 과제 등이 주어진다.LG그룹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그룹 내 젊은 미래 사업가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만찬에서 이들에게 “의미 있고 용기 있는 도전을 응원하겠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전달했다.구 회장은 취임 이후 미래 대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구 회장이 신임 총수로 취임했을 당시 LG그룹은 “구 회장은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경영 현안을 챙기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인재 육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올 2월 서울, 4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이공계 석·박사 대학원생 대상 ‘LG 테크 콘퍼런스’를 직접 찾아 R&D 인재 유치에 공을 들였다.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경기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대전 LG화학 기술 연구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 벤처캐피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 등을 연이어 방문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인화원서 취임 후 첫 사장단 워크숍…'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집중 논의LG그룹 구광모 회장은 24일 "L자형 경기침체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위기에 앞으로 몇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구 회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주재한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같이 지적한 뒤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그는 특히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이 몸소 '주체'가 돼서 실행 속도를 한차원 높여달라"면서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지난해 구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처음 열린 이날 사장단 워크숍에는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이들 사장단은 워크숍에서 최근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생존을 위한 고객가치 창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그룹 측은 전했다.금융위기 이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 위축,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시장 축소 등 구조적인 문제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례 없는 경영환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이에 사장단은 사업모델, 사업방식 등의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게 생존의 관건이라는 데 공감하고,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속도를 내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역량 강화를 통한 고객 중심의 가치 혁신, 스마트 팩토리 적용·연구개발(R&D) 효율성 개선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확대 등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워크숍에서는 또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AI 활용 R&D 전략, LG유플러스의 빅데이터 기반 마케팅 사례 등도 공유됐다.구 회장도 이와 관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업계 현안으로 떠오른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대상 '배터리 특허' 소송과 LG전자의 삼성전자 대상 'QLED 8K TV 공세' 등이 논의됐는지에도 관심이 쏠렸으나 그룹 측은 "없었다"고 전했다.그룹 관계자는 "올들어 LG인화원의 '디지털 테크 대학 출범' 등 디지털 인재 육성과 IT 시스템 전환 등을 통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오늘 회의도 이런 내용에 집중됐다"고 말했다.LG그룹은 고(故) 구본무 전 회장 별세 이전에도 매년 9월께 정기적으로 사장단 워크숍을 개최했으나 지난해에는 구 회장 승계 작업 등으로 인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마켓인사이트 9월 10일 오후 4시15분LG가(家)의 사돈기업인 깨끗한나라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2017년 ‘생리대 릴리안 파동’ 이후 극심해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티슈 화장지 기저귀 등 생활용품 시장에서 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모펀드(PEF)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 등 이 회사 최대주주 일가는 보유 지분을 팔기 위해 삼일PwC 등 국내 회계법인들을 대상으로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최 대표와 어머니인 구미정 씨, 여동생인 최윤수 나라손 대표, 남동생인 최정규 씨 등 최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지분(보통주 기준) 35.8%로 다소 유동적이다. 깨끗한나라의 사돈기업인 희성그룹도 희성전자를 통해 이 회사 지분 28.3%를 보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가 깨끗한나라 오너 일가와 희성전자 보유 지분 전부 또는 일부를 사들여 단일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생리대 파동' 후 위기돌파 위해 최대주주 결단안전성 입증에도 점유율·매출 '뚝'새 최대주주 영입해 경영쇄신 포석깨끗한나라의 매각 추진 배경엔 ‘생리대 파동’이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는 2017년 불거진 생리대 유해성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 환경단체가 그해 8월 유통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이 중 깨끗한나라의 릴리안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같은해 12월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깨끗한나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시장 점유율과 매출이 추락했다.깨끗한나라 매출의 43.7%를 차지하는 생활용품 가운데 두루마리 화장지만 2016년 17.1%에서 올 상반기 18.8%로 점유율이 늘어났을 뿐 나머지 제품은 모두 반토막 났다. 12.7%와 12.4%였던 생리대와 기저귀 점유율은 각각 6.8%와 5.6%로, 물티슈 점유율도 6.8%에서 4.9%로 떨어졌다.깨끗한나라는 적자가 누적돼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지자 지난 3월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감자를 시행했다. 올 상반기 매출도 29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성적(3101억원)을 밑돌자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내려놓는 결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투자자를 최대주주로 영입해 경영을 쇄신하기 위한 고육책이다.깨끗한나라는 LG가의 사돈 기업이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부인 구미정 씨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깨끗한나라가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지원에 나서 우군 역할을 해왔다. 희성전자가 깨끗한나라 지분을 보유하게 된 이유다. 깨끗한나라 매각 측은 매각 구조를 확정한 뒤 희성전자에도 지분을 함께 팔자고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깨끗한나라 시가총액은 879억원이다.여러 국내 사모펀드(PEF)가 깨끗한나라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PEF 대표는 “1등 브랜드가 없는 게 약점”이라면서도 “물티슈, 생리대, 기저귀 등 모든 브랜드가 고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PEF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