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세타2 품질비용 9000억 '발목'…"친환경車·SUV로 반등 기대"
현대·기아자동차가 세타2 엔진 보상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4~6월)에 가까스로 영업이익 1조원을 회복했지만, 3분기에 다시 4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기아차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반토막 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실적 회복이 늦어지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비용만 9000억원

현대차는 올 3분기(7~9월)에 37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24일 공시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최악이었던 지난해 3분기(2889억원)보다 약간 좋은 성적이다. 지난 2분기(1조2377억원)보다는 영업이익이 69.4% 급감했다.

매출(26조9689억원)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3분기(24조4337억원)보다 10.4% 늘었다. 올 2분기(26조9664억원)보다도 소폭 증가했다. 팰리세이드를 비롯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비중이 높아진 결과다. SUV는 세단보다 판매단가가 높다. 현대차는 세단에 치우쳤던 제품 라인업을 SUV로 옮기고 있다.

매출이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곤두박질 친 것은 화재 우려가 제기된 세타2 엔진 보상 관련 비용이 반영된 탓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세타2 GDi 엔진이 장착된 250여만 대(한국 및 미국 차량)를 대상으로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보상안을 내놓으면서 60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현대차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2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3분기에 매출 15조895억원, 영업이익 291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는 나아졌지만, 올 2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45.4% 줄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및 올 2분기 대비 각각 7.2%, 4.0% 늘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은 현대차와 같다. 텔루라이드와 셀토스 등 SUV 판매가 늘면서 매출은 많아졌지만, 3000억원 규모의 세타2 엔진 관련 일회성 비용 때문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현대·기아車, 세타2 품질비용 9000억 '발목'…"친환경車·SUV로 반등 기대"
친환경차·SUV로 반등 노린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기아차 부진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부품사들이 투자를 망설이면 결국 완성차의 제품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분기를 제외하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2017년 4분기부터 줄곧 1조원을 밑돌고 있다”며 “4분기에는 다시 1조원대로 올라서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날 친환경차와 SUV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기차(EV) 라인업을 16종 이상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현대차는 3종의 전기차 모델을 갖고 있다. 판매량 목표도 공개했다. 2025년 56만 대를 판매해 글로벌 2위 자리에 오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3만 대 수준이었다.

기아차는 미국 전용 SUV 텔루라이드 생산량을 연 6만 대에서 8만 대로 확대해 판매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셀토스 판매도 확대할 방침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