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여러 곳에 나뉘어 있던 사회공헌 활동을 청소년 교육 중심으로 재편했다. 사회적 여건이나 경제적 이유로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청소년을 적극 지원해 자아실현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2월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을 발표한 뒤 그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희망의 사다리 역할은 드림클래스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드림클래스다. 드림클래스는 저소득층 중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생 강사가 영어, 수학 공부를 도와주는 교육 사회공헌활동이다. 가난 때문에 교육 기회를 잃는 것을 막고,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2012년 시작됐다.드림클래스는 중학생들의 거주지 특성에 따라 세 가지 맞춤형 모델로 구분된다. 대도시는 주중교실 형태로 운영된다. 교통이 편리해 대학생 강사가 쉽게 중학교를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이 불편해 대학생 강사가 매일 찾아가기 어려운 중소도시는 주말교실 중심으로 운영된다. 주중 및 주말 수업이 어려운 읍·면·도서지역에서는 방학 때 집중 캠프 형태로 진행된다.지난 8월 ‘2019 삼성드림클래스 여름캠프’가 3주간 전국 5개 대학에서 열렸다. 읍·면·도서지역 중학생 1510명이 대학생 멘토 534명의 지도로 영어 수학을 집중 학습했다. 올해부터는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했다. 친구들과 함께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찾아 코딩으로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립발레단 재능기부 공연을 관람하고 대학 전공 박람회에 참가했다.지금까지 중학생 8만여 명, 대학생 2만2000여 명이 삼성드림클래스에 참여했다. 9월엔 도시 지역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삼성드림클래스 주중주말교실 2학기 프로그램을 개강했다.○드림클래스 출신이 삼성에 입사드림클래스에 참가한 중학생들이 성장해 대학생 멘토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드림클래스를 통해 이른바 ‘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7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대학생 멘토 513명 중 드림클래스 출신 대학생이 47명이다.드림클래스에선 영어와 수학을 집중적으로 가르치지만 주된 목표는 아이들이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강의 프로그램에도 대학 전공 박람회, 진로 특강 등 진로 탐색 시간이 포함된다. 드림클래스 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DS부문에 입사한 안지훈 씨는 “시골에서 ‘롤모델’ 없이 자란 친구들에게 ‘대학에 가면 수업도 원하는 것을 골라 들을 수 있고, 캠퍼스커플도 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해 주면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며 “드림클래스의 가장 큰 목표는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스마트스쿨로 교육 격차 해소삼성전자는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2년부터 ‘삼성 스마트스쿨’을 선정하고 있다. 정보기술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에 살거나 저소득층에게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2015년까지는 국내 도서산간지역에 있는 초중학교로 지원 대상을 한정했다. 2016년부터는 지역 구분 없이 학교, 병원학교,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다문화센터, 특수학교 등으로 확대했다. 6~18세 대상 교육시설을 갖춘 기관이면 어디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올해는 지원 대상 16곳을 선정했다. 지난 4월 공모에 신청한 400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세 차례의 심사와 온라인 투표 등을 거쳐 대상을 확정했다. 전교생이 20명인 지리산 자락의 금서초등학교를 비롯해 서울 관악구의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 강원 영월군 폐광 지역에 있는 별마로작은도서관 등이 포함됐다.디지털 플립차트인 ‘삼성 플립’과 태블릿PC, 노트북PC 등 스마트 기기를 지원했다. 또 환경에 따라 적합한 교육 콘텐츠도 제공한다. 임직원들이 직접 멘토로 참여해 지원 기관별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스마트스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교육 봉사활동도 할 예정이다.○소프트웨어 인력 키우고 취업난도 해소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통해서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만 29세 이하 4년제 대학 졸업자나 졸업예정자가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는 대상이다. 이곳에 입학하면 1년간 주 5일 하루 8시간씩 소프트웨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교육은 3단계로 나뉜다. 1학기는 알고리즘과 프로그래밍언어 등 기초를 쌓기 위한 ‘몰입형 코딩 교육’으로 구성됐다. 2학기에는 이론 강의 없이 100% 프로젝트 기반의 ‘자기주도형 실전 학습’을 진행한다. 학기가 끝난 후 한 달간 취업 특강 등 ‘잡 페어’가 이어진다. 성적우수자는 삼성전자 해외연구소에서 실습을 받을 수 있다.교육비는 무료다.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매달 100만원의 교육지원비도 지급한다.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원금까지 지급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5년간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데 4996억원을 투자한다. 교육생 한 명당 5000만원꼴이다.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는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학한 1기 학생 500명 중 112명이 6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해 ‘조기 졸업’했다. 이 중 23명은 삼성전자에 취업했다. 지난 7월엔 500명의 신입생이 2기로 입학했다. 정규 수업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이다. 아카데미 측은 학생들의 요청으로 야간에도 자율학습 공간을 개방한다. 전문 취업 상담사들과 모의 면접을 하고, 면접 장면을 녹화해 피드백을 받는 1 대 1 멘토링도 진행하고 있다.2기 때부터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두뇌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에 활용하기 위해 ‘임베디드 분야’ 교육 프로그램도 새로 개설했다.삼성전자는 2023년까지 5년간 ‘소프트웨어 전사’를 1만 명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컴퓨터 기술’로 평가받는 양자컴퓨터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휴대폰, 바이오 등 삼성의 기존 사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이 이런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투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소프트웨어에 이어 하드웨어도 투자삼성전자는 22일(현지시간) 전략혁신센터(SSIC) 산하 벤처캐피털인 삼성카탈리스트펀드가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 운용사인 무바달라캐피털과 함께 미국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인 아이온큐에 5500만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각각의 정확한 투자 금액과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차세대 클라우드 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김정상 미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와 크리스토퍼 먼로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2015년 공동 창업했다. 극저온에서만 작동하는 다른 양자컴퓨터와 달리 상온에서 동작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ACME캐피털, 휴렛팩커드 패스파인더, 에어버스 벤처스 등 실리콘밸리의 대형 벤처캐피털도 총 22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1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은 아이온큐 출범 초기 단계에 이 회사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양자컴퓨터는 100억분의 1m에 불과한 원자 단위 이하의 물리적 속성을 활용해 연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는 0 아니면 1의 값을 갖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처리하지만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될 수 있는 ‘큐비트(qubit)’ 단위로 연산한다. 여러 연산을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이런 특성에 힘입어 연산 속도가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양자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은 미래 정보기술(IT)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 기술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이날 “양자컴퓨터 기술은 현재 초기 단계지만 트랜지스터, 레이저, 휴대폰처럼 삶의 일상을 확 바꾼 혁신기술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약, 인공지능(AI), 획기적인 신재료 등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긴장하는 글로벌 IT업계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 기업도 그동안 양자컴퓨터 기술에 앞다퉈 투자했다. 지난달엔 “구글이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수학 문제를 3분20초(200초)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과학계에서 진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양자컴퓨터가 지니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양자암호통신 분야 세계 1위인 스위스의 IDQ를 약 7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국내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삼성전자는 이달 초 하버드대 양자정보과학연구소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창업한 스타트업 알리오에 투자하면서 양자컴퓨터산업에 발을 들였다. 상업용 클라우드에 양자컴퓨터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IBM 등에 비하면 후발주자다.하지만 업계는 세계 1위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최근 양자컴퓨터에 잇따라 투자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TV 등 하드웨어 제조와 유통 과정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컴퓨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반도체, 배터리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의 참전으로 IBM, 구글 등 소프트웨어 업체가 주도해온 양자컴퓨터 연구개발 국면과 다른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공급 측면에서 양자컴퓨터산업에 다양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양자컴퓨터의 다양한 혁신기술을 가져다 쓸 수 있다”며 “삼성의 투자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실리콘밸리=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
삼성전자가 28㎓ 주파수 대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통합 기지국을 개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28㎓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5G 서비스 상용화를 추진 중인 미국 버라이존과 국내 이동통신 3사 등 국내외 통신사에 판매할 예정이다.이번에 개발한 통합기지국은 무선통신부분(라디오 유닛)과 디지털통신부분(디지털 유닛)을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최대 10Gbps(초당 기가비트)의 통신 속도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5G 상용 기지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처음으로 공급한다. 국내 통신사와도 공급 일정을 협의 중이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