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6개월간 개점휴업…국회 특례법 개정에 '운명' 달려
“케이뱅크의 회생 여부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에 달려 있습니다. 안 되면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어요.”

23일 만난 케이뱅크 고위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금융권 전반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24일 열리는 소위에선 인터넷은행 설립 및 운영 특례법에 대한 개정안을 논의한다.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인터넷은행의 대주주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개정안은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5월 대표 발의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

케이뱅크는 대주주적격성 심사 문턱에 걸려 위기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부터 6개월 넘게 대출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대출에 필요한 자본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든 은행권을 통틀어 신규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는 곳은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케이뱅크의 경영이 처음부터 삐걱거린 것은 아니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대기 없는 은행, 쓰기 편한 은행’이라는 콘셉트로 출범해 인기를 모았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에 최대 1억원까지 빌려주는 ‘직장인K 신용대출’로 입소문이 났다. 이후 각종 신규 서비스를 기획했지만 자본금 확충이 어려워지면서 모두 중단됐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5051억원. 올해 초 1조원 이상 자본금을 확충하려던 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 KT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되면서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아예 중단된 탓이다. 인터넷은행 특별법엔 산업자본이 법령을 초과해 은행 지분을 보유하려면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제는 대기업 한두 곳이 시장을 주도하는 과점 업종이 대부분인 국내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케이뱅크는 좀처럼 성장 속도를 내지 못했다. 케이뱅크보다 3개월 뒤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1000만 명 넘는 고객을 확보하는 사이, 케이뱅크는 110만 명밖에 모으지 못했다. 그나마도 이탈 고객이 많아졌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케이뱅크의 위기는 국내 인터넷은행 환경에 근본적인 문제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본적인 업무조차 할 수 없는 규제 속에서 어떻게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