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되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냈지만 경제 지표를 유리하게 해석한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문 대통령은 “올해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며 “1분위(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증가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올 2분기 기준으로 1분위 월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하지만 550원(증가율 0.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8.0%)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1분위 소득은 올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감소하다 올 2분기에 감소세가 멈췄다. 1분위 소득 중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했다. 근로소득이 크게 줄었지만 전체 소득이 550원 늘어난 것은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 정부 지원이 증가한 덕분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9월까지 평균 고용률이 66.7%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을 보면 경제를 떠받치는 30대와 40대 취업자는 1만3000명, 17만9000명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취업자는 38만 명, 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미만인 취업자는 37만1000명 늘었다. 재정으로 급조한 ‘초(超)단기·노인’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고용률이 개선된 것이다.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점은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노동시장과 규제 지표 순위는 내려갔다. 한국의 노동시장 순위는 작년 48위에서 올해 51위로 떨어졌다.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주는 부담’ 항목 순위는 올해 87위로, 전년(79위)보다 여덟 계단 하락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측치인 2.4%를 크게 밑도는 2.0%로 낮아질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줄어든 수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