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조국 사태’에 대한 해법으로 ‘공정경제’를 들고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은 가족들의 입시비리와 불법투자 의혹 때문에 제기된 것인데 엉뚱하게도 기업들에 화살이 돌아갔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열린 조 전 장관에 대한 찬반 시위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요구는 사회 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정경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는 혁신적 포용국가의 핵심기반”이라며 “그동안 갑을문제 해소로 거래 관행이 개선되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골목상권 보호 등 상생협력을 이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공정경제 관련 법안 통과에 힘쓰며 현장에서 공정경제의 성과가 체감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업들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도입에 부정적인 법안이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에서 20%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이 경우 규제 대상 기업이 200여 개에서 400여 개로 늘어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국민의 분노와 기업 규제 강화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최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을 방문해 기업 기 살리기에 나선 것처럼 보였는데 다시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드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통해 공정채용과 채용비리 근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논란거리다. 지난달 감사원 감사 결과 서울교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5개 공공기관에서 총 333명이 부정한 방법으로 정규직 전환됐다. 이들은 재직자와 친인척이란 이유 등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거치지 않고 정규직이 됐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공채 시험 준비생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