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보다 더한 규제.’ 사회·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시설임에도 미관을 해치거나 집값·땅값에 불리할 것 같으면 갖가지 구실을 붙여 봉쇄하는 ‘님비(NIMBY: 우리 집 뒤뜰은 안 돼)’ 현상을 산업계는 이렇게 부른다. 국가기관과 공기업, 민간기업 등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지역 주민의 반대에 직면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정치인들 '님비' 조장…발전소 완공하고 가동 못해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앞장서서 님비 감정을 조장하면서 이런 현상은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6월 네이버는 경기 용인시 공세동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전자파 및 오염물질 발생 등을 우려한 인근 주민의 거센 반대에 가로막혀서다. 미래전파공학연구소가 네이버의 기존 데이터센터(강원 춘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수치가 가정집보다도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지만 소용없었다.

‘투자 철회’라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온 데는 지역 정치권이 반대 운동에 적극 힘을 실어준 영향이 컸다. 해당 지역 여당 국회의원은 물론 시의원들까지 반대 집회에 가세했다. 여당 한 시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유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필요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용인시도 지역 정치인들의 압력에 눌려 반대 운동을 수수방관했다.

정치인들이 님비 정서를 앞장서서 조장하는 이유는 이런 행동이 표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전남 나주 시의원에 당선된 A씨는 지역에서 쓰레기와 폐비닐 등을 연료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고형폐기물(SRF)발전소 가동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해당 의원은 군소정당 소속인데도 SRF발전소 폐기 공약을 내세워 발전소 인근 주민의 ‘몰표’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런 ‘님비 광풍’은 국가와 기업에 손실을 입히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7년 2700억원을 들여 SRF발전소를 준공했지만 지금까지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가동이 지연되면서 지역난방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은 수백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손실의 상당 부분은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물어줘야 한다. 그만큼 지역 주민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님비 현상”이라며 “오랫동안 준비한 투자계획이 정치논리나 님비 현상으로 수시로 엎어지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