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요금이 내년부터 2배로 오를 전망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충전 요금이 내년부터 2배로 오를 전망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문재인 정부가 '2030 미래자동차' 전략 로드맵을 발표하며 친환경 보급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 판매는 내년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한전)이 전기차 충전비용을 할인해주던 특례요금제를 올해 말 종료하는 탓이다. 할인 혜택이 사라지면 내년부터 전기차 충전비용은 일반 경유차 주유비와 비슷한 수준까지 뛰어오른다.

전기차 상품성이 떨어지면 구매 소비자는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2030년까지 전기차·수소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33%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목표도 사실상 물거품이 될 우려가 높다.

한전이 전기차 충전비용을 올리는 배경은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에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2017~2019년 3년간만 한시적으로 전기차 충전용 전기에 특례요금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용 전기요금은 충전기 종류에 따른 기본요금과 사용량에 따른 사용요금으로 나뉜다. 특례요금제에서는 기본요금을 면제하고 사용요금을 50% 할인해줬다.

환경부를 포함해 국내 급속충전기를 구축한 모든 충전 사업자가 특례요금을 적용 받았다. 전기 사용 요금은 물론, 완속충전기(7㎾h급)와 급속충전기(50㎾h급) 기본요금 각각 월 1만6660원·11만9000원도 면제받았다.

소비자 역시 저렴한 비용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었다. 사업자, 충전 시간대, 계절 등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지만, 아파트에서 한전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1kWh당 91.96~191.73원이 부과된다.
환경부가 설치한 전기차 급속 충전기.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환경부가 설치한 전기차 급속 충전기.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한전은 현행 충전요금은 원가 이하이며, 3년간 한시적으로 할인을 종료하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충전용 전기요금 인상이 아닌 특례요금의 정상화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례요금 종료는 한전이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한전이 내년 1월 1일을 기해 충전 요금을 한 번에 정상화할 경우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입할 유인은 사라지게 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와 엇박자가 되는 셈이다.

지난 4월 열린 친환경자동차 전시회 EV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절반은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이유로 적은 충전비용이 주는 '경제적 혜택(49%)'을 꼽았다. 전기차 보조금과 충전비용 특례요금제 등이 포함된 '정부 혜택'을 꼽은 이들도 19%에 달했다.

충전 요금이 현행을 기준으로 100% 인상되면 전기차 구매요인으로 꼽혔던 경제적 혜택과 정부 혜택은 사실상 사라진다. 환경부와 지자체 등이 지원하는 전기차 구입 보조금이 있지만, 높은 배터리 가격 탓에 전기차 구매 비용은 여전히 동급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높기 때문.

특히 특례요금제가 만료되면 전기차 운행비는 일반 경유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1kWh당 5.5km를 달리는 소형 전기차가 공용 급속충전기를 통해 1kWh당 173.6원에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100km주행에 드는 비용은 약 3156원이다.
급속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급속충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동급 소형 경유차의 연비를 17km/l로 가정하고 전국 경유 평균 가격인 리터당 1385.71원을 대입하면 100km 주행에 드는 비용은 8151원이 나온다. 현재는 경유차가 약 2.6배 비싸지만, 충전 요금이 배로 오르면 이 차이는 1.3배로 줄어들게 된다.

다만 전기차는 충전소 사업자와 충전 계절, 충전 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충전 요금이 배로 오르면 100km 주행에 경유차보다 비싼 8437원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소비자 시각에서 전기차는 구매비용이 비싸고 배터리 수명도 관리를 해야 하며, 충전이 상대적으로 불편하고 연료비 차이도 없는 상품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특례요금제가 일시 종료되면 결국 충전 요금이 두 배로 오르는 효과를 낳아 친환경차 보급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정부가 한전의 적자를 일부 분담하면서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