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인사 2개월 앞두고
이마트 이갑수 사장 교체

이마트 사상 첫 분기 적자에
외부인사 창사이래 첫 영입
정용진의 충격 인사…신세계그룹에 무슨 일이?

이갑수 이마트 사장이 지난 18일 오후 늦게 주요 임원들을 불러 모았다. “저는 떠나지만 남은 사람이 각자 소임을 다해주기 바랍니다.” 갑작스러운 퇴진 발표였다. 임원들은 크게 당황했다. 신세계 그룹 정기 인사가 두 달 가까이 남은 시점이었다. 정기 인사 전에 대표가 갑자기 바뀐 전례가 없었다. 이마트는 21일 새 경영진 명단을 발표한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진다. 이마트의 부사장 4명 가운데 2명과 10여 명 안팎의 주요 임원이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사람들은 긴박한 주말을 보냈다.
정용진의 충격 인사…신세계그룹에 무슨 일이?

파격인사 통해 메시지 보내

조직은 인사를 통해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린다. 이번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신세계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 “정 부회장이 결정하고 이명희 회장이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정 부회장의 어머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이마트의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분석이다. 이마트는 현재 큰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창사 이래 처음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는 급락했고,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하지만 내부 일각에서 느끼는 위기감의 정도는 조금 달랐다. “2분기는 원래 비수기”라는 얘기가 나왔다. 일시적 적자란 의미가 녹아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훨씬 심각하게 이마트의 위기를 바라보고 있다”며 “‘지금 사람과 조직을 바꾸지 못하면 영영 바꿀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생존을 위한 변화. 정 부회장이 보낸 첫 번째 메시지다.

그가 보낸 또 다른 내용은 ‘파격’이다. 정 부회장은 외부에서 이마트 새 대표를 영입하기로 했다. 이마트 창사 이래 외부 출신 대표는 없었다. 그것도 임기가 남은 이갑수 사장을 물리고 영입하는 것이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파격적이다.

정 부회장은 새 대표와 함께 이마트의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가 20여 년간 누려온 1등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50여 일이나 앞서 대표를 교체한 것도 새로운 전략을 미리 짜기 위한 것이다. 이마트의 다른 관계자는 “10월부터 이듬해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12월 그룹 인사 때 대표를 바꾸면 사업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내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으려는 의도에서 인사를 확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이란 메시지도 보냈다. 신세계 인사는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한 번 사람을 쓰면 오래갔다. 이 사장은 2014년부터 6년을 내리 이마트 대표로 일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2013년부터 7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 사장의 퇴진을 통해 ‘실적이 안 좋으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 계열사에 전했다.

초저가 등 위기극복 방안 실행

정 부회장은 새로운 이마트 경영진과 함께 생존과 혁신을 위한 전략을 더욱 힘있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유통의 본질을 ‘가격’으로 본다. 이마트는 올초부터 ‘국민가격’이란 초저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가격을 확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와 초대형 계약을 맺어 단가를 낮췄다. 한 병에 4900원짜리 와인이 그렇게 나왔다. 해외 와이너리에서 한번에 100만 병을 주문해 단가를 낮췄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만족하지 않는다. “더 새롭게, 더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온라인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법인 쓱닷컴은 지난 6월부터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구매가 많다. 하지만 이마트는 온라인에서 후발주자다. 쿠팡, 마켓컬리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 이마트가 온라인에서 차별화하고 시장을 주도할 방안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마트 신임 대표가 최우정 쓱닷컴 대표와 호흡을 맞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관심이다.

정 부회장은 전문점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오프라인 판매 채널 다각화’를 위해서다. 가전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자체상표(PB) 전문점 노브랜드 등을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있다. 향후 오프라인은 ‘백화점식’으로 모든 것을 다 파는 것보다는, 특정 제품군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지향한다.

미국 필리핀 등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마트는 내년 상반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고급슈퍼 PK마켓을 연다. 필리핀에는 노브랜드 제품을 본격 수출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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