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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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대졸 공채 최대의 ‘입사시험 전쟁’이 오는 주말 열렸다. 토요일인 19일에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 11곳의 필기시험이 치뤄졌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직무수행능력을 측정하는 객관식 시험 또는 경제·금융 이슈의 사고·서술능력을 보는 논술시험을 치렀다. 입사 경쟁률이 높은 만큼 문제의 난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금융 공공기관의 공채 필기시험에는 최근 정책과제나 화두로 부상한 경제 문제가 대거 등장했다.

한국은행은 공통 논술에서 '탈세계화의 원인, 한국이 맞이한 리스크와 대응방안'을 서술하도록 했다. 응시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최종 60명을 채용할 예정인 한은은 이날 1726명에게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줬다. 이 중 47%(811명)가 응시, 실질적인 경쟁률은 13.5대 1이다.

금융감독원 2차 필기시험에서는 최근 금융권의 최대 이슈라 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펀드(DLS·DLF) 사태와 일본 수출규제가 논술 문제에 등장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분쟁이 빈발하는 이유를 금융소비자 측면과 금융기관 측면에서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을 서술하라'고 했다. '불완전판매', '설명의무', '비대칭정보', '자기책임' 등 키워드 약 10개와 함께 DLS 등 금융분쟁 사례 3개가 제시됐다.

금감원은 또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책을 3∼4가지 제시하고, 이 대책이 적절했는지 논하도록 했다. 전공지식을 묻는 과목(주관식)에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 디플레이션 기대가 유발될 가능성을 최근 경제 상황에 비춰 설명하는 문제가 나왔다. 또 핀테크가 어떻게 포용적 금융에 기여하는지와 핀테크의 건전성 위험 요인을 묻는 문제, 저금리·저성장·저물가에 대한 금융감독의 대응을 묻는 문제도 있었다.

신용보증기금은 디플레이션의 개념과 원인, 영향, 대응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논술하도록 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영화 '월스트리트' 주인공의 대사를 제시하고 지원자에게 포용적 금융의 장단점과 금융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방향성 등을 물었다.

최근 금융 현안을 보는 관점뿐만 아니라 장기적·구조적 대응에 대한 고민을 묻는 문제에 취업준비생들은 까다로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험 종료 후 취준생 카페에는 '역대급 난이도', '학부생이 풀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수험생 수준이 매년 올라가니 문제도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필기를 치른 금융 공공기관들은 합격자 발표를 거쳐 다음 달 중 면접 전형을 진행한다. 면접 대상 인원은 최종 채용 인원의 1.5∼4배수에 불과하다.

2017년 금융권 채용 비리의 여파로 대부분의 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다. 지원서에 성별, 연령, 출신학교·지역, 신체조건 등을 기재하지 않도록 했으며 면접에서 이에 대해 질문도 하지 않는다. 지원자들은 면접에서 본인의 학력, 출신지, 가족관계 등을 노출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자신을 소개할 때에는 "○○○ 부분 지원자' ○번입니다"라고 하면 된다.

한은은 1차 실무면접에서 집단토론, 심층면접, 어학면접을 치른 후 2차 집행 간부 면접을 한다.

220명을 채용할 예정인 IBK기업은행은 1박 2일간 합숙면접을 거쳐 임원면접 후 12월 3일 합격자를 발표한다. 필기 응시 대상자의 약 10%인 1200명이 면접 기회를 얻는다. 예년의 경우 합숙면접은 팀을 구성해 간단한 체육활동을 하는 'IBK챌린지', 협상 상황을 만들어 대응 태도를 평가하는 협상 면접, 팀·개인 프레젠테이션(PT), 인성 면접 등 약 7가지 전형으로 이뤄진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대체로 면접에서 지원자의 실무적인 지식, 문제해결 능력뿐만 인성, 자세,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원자들은 가고자 하는 공공기관의 인재상과 핵심가치가 자신과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 자기소개서를 다시 꼼꼼히 읽고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좋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