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흐림', 스마트폰 '갬', 디스플레이·부품 '곳곳에 비'
대부분 1년전 대비 영업익 급감…내년 전망은 '대체로 맑음'

국내 주요 IT·전자 업체들의 올 3분기 실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세부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대체로 지난해보다 훨씬 부진한 성적표를 써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올 상반기 최악의 '다운턴(하락국면)'에서 벗어나 바닥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일부 업종의 경우 업체별로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주력 생산라인의 전환 등 사업 로드맵 수정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23일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삼성전기(24일)와 LG이노텍(29일), LG전자(30일), 삼성전자(31일) 등이 이달 하순에 줄줄이 3분기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IT·전자 어닝시즌 '개봉박두'…최악 '다운턴' 벗어났나
◇ 반도체 "바닥 통과 중"…하반기 부진 후 내년 회복 전망
가장 실적 감소폭이 큰 업종은 지난해까지 약 2년간 이어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슈퍼호황' 덕분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다.

지난 8일 실적 잠정치(매출 62조원·영업이익 7조7천억원)를 발표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조5천억원, 3조2천억원 안팎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실적 신기원을 달성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13조6천500억원)의 4분에 1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며, 전분기(3조4천억원)보다 더 떨어지는 셈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는 3조원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이른바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을 구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6조2천억원과 4천300억원 수준이다.

1년 전 실적(11조4천200억원·6조4천70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흑자는 90% 이상 각각 줄어드는 것이다.

두 업체의 '부진'은 대만 TSMC가 3분기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고, 미국 인텔도 비교적 선방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어서 더 부각됐다.

다만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조정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가격 급락세가 진정되고 있어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상승기류를 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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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동반 개선'…디스플레이는 '희비 교차'
스마트폰과 TV·가전 업종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실적 개선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30%가량 늘어난 2조원 안팎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최근 지문인식과 관련된 보안 이슈가 발생하면서 4분기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LG전자의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본부도 지난 2분기에 3천1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나 3분기에는 일회성 비용 축소와 공장 이전 등 사업 효율화 덕분에 적자폭이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함께 두 회사의 가전 사업은 모두 신(新) 가전과 프리미엄 TV의 판매 호조 덕분에 선전한 것으로 추정됐다.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업종은 삼성과 LG가 서로 엇갈린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패널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3분기 연속 영업손실 행진을 이어갈 공산이 큰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신제품의 잇단 출시로 플렉서블 올레드 패널 판매가 늘어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을 것으로 점쳐졌다.

이밖에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재고 조정 및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1천400억달러 안팎에 그치며 1년 전보다 30%가량 감소한 반면 LG이노텍은 아이폰 관련 호재 등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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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에도 ICT 수출 '내리막'…내년 업황 전망 주목
삼성, SK, LG가 주도하는 이들 업종이 하반기 들어서도 대체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7∼8월 ICT 수출액은 총 297억4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87억2천만달러)보다 23.2% 줄어들었다.

이는 전체 산업 수출 감소율(12.3%)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3대 주력 품목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부터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어 이들 업체가 실적 발표 이후에 진행할 컨퍼런스콜에서 어떤 업황 전망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체별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 혹은 감산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