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13개 점포의 토지 및 건물을 총 9524억원에 매각한다고 15일 공시했다. 작년 말 자산총액(16조7538억원)의 5.6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계약 상대는 마스턴투자운용, 주관사는 KB증권이다. 다음달 1일 본계약을 체결한다.

이번 부동산 매각은 지난 8월 예고됐다. 이마트는 2분기에 창사 이후 처음 분기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 규모는 299억원이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계획을 밝혔다. 기관투자가에 점포를 매각한 뒤 10년 이상 장기 임차(세일앤드리스백)해 영업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부동산 매각은 세일앤드리스백을 위해 소유권을 넘기는 작업이다.

이마트가 부동산 유동화에 나선 이유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출점, 온라인 법인 투자, 미국 등 해외시장 확장 등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대형마트 사업이 위축되면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신규 사업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대형마트가 급격한 침체를 겪으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이마트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89.1%에서 올 상반기 102.4%까지 높아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잇따라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이마트가 부동산 매각으로 1조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면 부채 비율이 낮아진다. 이마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산 효율화’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