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5주년 - 대한민국 586을 말한다
(2) 富의 중심이 되다

부동산도, 주식시장도
586을 중심으로 돈다
50代, 주택·주식 보유 40代 추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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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과 소득은 일반적으로 정년퇴임을 앞둔 50대에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586(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현재 50대)세대’는 남달랐다. 이들은 40대 때부터 당시 50대를 제치고 국내 최다 부동산, 주식 보유 세대로 떠올랐다. 50대에 완전히 접어든 지금은 다른 세대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리며 자산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4일 한국경제신문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와 한국예탁결제원 주식투자자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 2010년대 초반에 보유 주택과 주식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대였다. 2012년 기준으로 40대는 311만 채, 50대는 309만 채, 30대는 194만 채의 집을 보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50대가 350만 채로 가장 많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초에는 40대가 50대보다 상장사 보유 주식이 15% 이상 많았다. 지금은 오히려 50대가 2위인 40대보다 30% 이상 많다. 40대였던 ‘586세대’가 대거 50대로 진입하면서 부(富)의 중심도 50대로 바뀐 것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전체 ‘파이’가 감소하면서 젊은 세대의 자산 증식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6년간 50대의 보유 주택은 40만 채가량 증가했지만 2030세대는 16만 채 감소했다.
[창간 55주년 기획] 자산시장 황금기 올라탄 586, 부동산·주식서 10년 넘게 '불패'



재산 증식 시기와 맞아 떨어져
입사 7년차에 '내집 마련'


1992년 S건설 전산팀에 입사한 A씨(현재 55세)는 입사 6년 만인 1998년 ‘내집 마련’을 했다. 적금과 사내 직원 대출로 1억2000만원을 마련한 뒤 서울 마포 신공덕 삼성래미안 아파트 25평(81㎡)에 청약을 넣었다. 꽤 주목받는 단지였지만 외환위기 직후 청약 미달이 속출하던 시기라 넉넉하게 1순위로 당첨됐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자 집값은 꾸준히 올랐다. 2005년 A씨는 3억원에 이 아파트를 판 뒤 인근 30평형대로 집을 넓혔다. 이 집 시세도 가파르게 뛰었다. 2010년 A씨는 펀드에 넣어둔 2억원을 보태 집을 또 한 채 샀다. 강남 개포주공1차 13평형을 전세를 끼고 6억원에 매입했다. 2019년 현재 A씨가 소유한 두 채의 집값은 36억원. 20여 년간 5억원가량의 종잣돈으로 3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A씨는 586세대 중에서도 재테크에 성공한 축에 속한다. 하지만 ‘특별한’ 사례는 아니다. A씨는 “당시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두고 투자한 비슷한 또래 상당수가 10년치 월급 이상은 벌었다”고 말했다.

586의 ‘부동산 불패’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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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세대가 종잣돈을 모으고 자산 증식을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한국 부동산·주식시장이 유례없는 상승기에 진입했다. 외환위기 직후 폭락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은 1999년을 전후로 일제히 뛰었고 30대에 접어든 586세대는 그 흐름에 올라탔다. 반면 외환위기로 정리해고와 자산 폭락을 경험한 선배 세대는 한 발 뒤처졌고 후배 세대는 막 사회 진출을 하던 때였다.

부동산 시장 상승세에는 정부 정책 효과가 컸다. 김영삼 정부 말기와 김대중 정부에 걸쳐 대대적인 ‘부동산 활성화 방안’이 나왔다. 이 같은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들어서면서 아파트값이 2005년 기준으로 2010년까지 누적 31.39%가 상승했다. 집값은 2010~2015년에도 추가로 20.93% 올랐고, 2015~2019년에 상승률이 소폭 둔화됐다. 집값 상승세가 586세대의 본격적인 재산증식기인 30·40대 시기와 일치한다.

주식시장도 상황이 비슷했다. 2001년 하반기부터 장기 상승 곡선을 탄 코스피지수는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 정책과 연기금의 투자 확대, 펀드 투자 열풍이 겹치면서 2005~2010년엔 87.8%, 2010~2015년엔 13.8% 오르고 2015~2019년에야 6.7%로 주춤해졌다. 2000년대 초중반 이후 10여 년간은 한국 자산시장에 다시 오기 힘든 황금기였다.

2030은 오히려 자산 감소

586세대는 40대 때부터 전 연령대를 통틀어 부동산, 주식, 소득 1위를 독주했다. 문제는 부(富)의 쏠림 현상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2012~2017년 6년간 가구주 연령계층별 자산, 부채, 소득 현황을 보면 현재 50대의 소득·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자산이 많을수록 더 많은 소득을 버는 ‘스노볼 효과’가 뚜렷해졌다. 반면 같은 기간 2030세대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됐다. 순자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30대 주택 보유 규모는 14만 채, 20대는 3만 채가 줄었다. 이 기간 50대는 41만 채를 새로 사들였다.

정부의 고용정책 변화도 50대와 이후 세대 간 차이를 벌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년 연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이 ‘중장년 재직자’의 고용 안정과 복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청년 구직자’는 상대적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됐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세대에 부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경제활력 감소, 구조개혁 지연, 사회갈등 등 부작용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우선 정규직 50대 중심으로 굳어진 고용 구조를 바꿔 양질의 일자리가 청년 세대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장이 둔화될수록 상대적으로 입지가 불안정한 청년 세대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부의 편중과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근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고경봉/배정철/김대훈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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