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5주년 - 대한민국 586을 말한다

50代, 가계 순자산 32% 차지
취업자수 40代 추월

"경제권력 독점, 젊은층 기회 박탈"
586 쏠림 비판도
대한민국 50대는 특별하다. 부동산·주식시장의 최대 상승기에 30, 40대를 보내며 자산을 형성한 이들은 소득과 지위, 자산 측면에서 다른 세대를 압도해왔다. 40대 시절인 10여 년 전 이미 주택 보유율이나 소득이 윗세대인 50대와 아랫세대인 30대를 웃돌았고 50대가 된 지금은 격차를 더 벌렸다. 이들은 15세 이상 인구의 18.6%를 차지하지만 6억원 이상 주택의 30%, 가계 전체 순자산의 32%를 가지고 있다.

일자리도 50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50대는 올해 최대 취업자 연령대로 등극했다. 2014년 30대를 제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50대 취업자가 652만 명으로 40대(651만 명)를 넘어섰다. 50대의 일자리 점유율(23.8%)이 1위에 오른 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50대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꿰차고 있다. 이들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정규직 ‘막차’를 탄 세대로 꼽힌다.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노동계 주력 세대의 입지를 공고히 하며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간 55주년 기획] 대한민국 富와 일자리 거머쥔 '586'

각계 요직에서도 ‘586(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현재 50대)세대’ 엘리트들은 남달랐다. 외환위기 직후 사회·경제 구조가 크게 흔들리는 동안 이들은 30대 때부터 정치권과 시민단체, 기업 등에 진입해 두각을 나타냈다. 변화와 개혁의 주도 세력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기득권화하면서 그 피해는 젊은 층이 떠안았다. 2010년대 들어 청년 실업률이 상승한 국가는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부와 일자리가 특정 세대에 집중되면서 경제 선순환이 지연되고 경직된 고용 구조로 산업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젊은 층이 출산까지 포기하면서 586 쏠림 현상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44%가 586…민주화 세대의 '권력 독점'
"586이라고 다 같나…싸잡아 기득권이라니 억울"


586세대의 기득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분야가 정치권이다. 이들이 30대 중후반이던 2004년 총선에서 30대 정치인은 23명 배출됐다. 하지만 그 이후 30대 국회의원 당선자 숫자는 2008년 7명→ 2012년 9명→ 2016년 2명 등 선거 때마다 줄고 있다. 그 사이 586세대의 입지는 점점 커졌다. 2016년 총선 때 586세대 당선자는 132명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44.0%에 달했다. 586세대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면서 이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간부들도 대거 586세대가 꿰찼다.
[창간 55주년 기획] 대한민국 富와 일자리 거머쥔 '586'

산업계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중 50대 비중은 2017년 72.2%에 이른다. 1940년대생이 50대일 때 이 비중은 50.5%, 1950년대생은 59.4%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586세대가 기득권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젊은 피’의 수혈을 막아 생산성과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과도한 소득 양극화를 막으려면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혁신 성장을 촉진해 신산업을 일으켜야 하는데, 지금은 특정 세대가 좋은 일자리를 독점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막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세대 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청년층 사이에선 “586세대가 386세대로 불릴 때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며 분배 정의를 외쳤는데 지금은 기득권을 쥐고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조국 사태’는 이런 청년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물론 586세대 중에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이들 세대 전체가 기득권 세력으로 비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다. 특권을 누리는 586세대는 정치권에 몸담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패션 유통업체 대표인 정모씨(55)는 “조 장관이 586세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게 불쾌하다”며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586세대 중에서도 극소수”라고 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586세대에 대한 비판과 세대 갈등은 소위 ‘잘나가는 586’이 해당 세대를 과잉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잘 살지 못하는 586세대는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회 갈등 치유를 위해서는 ‘못 나가는 586’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민준/이태훈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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