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15만4548 마리 살처분

"감염 멧돼지 남하 가능성 없다"
정부 발표 이틀만에 잇단 발생
방역당국 조사 신뢰도 논란
철원 민통선 멧돼지서 ASF…'DMZ 철책' 방역 뚫렸나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걸린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이틀 연속 발견됐다. DMZ 내에 있는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있지만 DMZ 남쪽에서 발견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멧돼지는 전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ASF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2일 강원 철원군 민통선 내 군부대에서 신고한 멧돼지 두 마리의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13일 발표했다. 11일 연천군과 철원군의 DMZ 남쪽 민통선 안에서 발견된 멧돼지 두 마리의 폐사체에서도 ASF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 2일에는 DMZ 내에서 발견된 멧돼지 한 마리의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로써 ASF에 걸린 멧돼지 수는 총 다섯 마리로 늘었다.

환경부와 국방부는 DMZ 내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하루 뒤인 3일 “남방 한계선 철책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DMZ 내 멧돼지 등의 남측 이동이 차단돼 있다”고 했다.

환경과학원은 9일 “지난해 1월부터 전국에서 멧돼지 폐사체와 살아있는 개체를 대상으로 돼지열병 감염 여부를 분석했고 이달부터는 멧돼지 분변도 채집해 분석했다”며 “DMZ 철책 남쪽 지역에서 확보된 시료 1157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과학원의 발표 이틀 만에 DMZ 남쪽의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방역당국의 조사를 두고 신뢰도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다만 DMZ 안의 멧돼지가 남쪽으로 직접 내려오지 않고 쥐나 새 등이 멧돼지 폐사체의 ASF 바이러스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ASF가 발생한 농가는 모두 경기 북부였다. 정부는 ASF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경기 파주·김포·연천의 모든 돼지를 수매 또는 살처분했다.

이날까지 살처분된 돼지는 총 15만4548 마리다.

최대 돼지 주산지인 충남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활동성이 강한 멧돼지에서 ASF가 잇따라 발병하면서 정부의 방역망이 뚫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한돈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감염 주요 원인인 멧돼지보다 집돼지를 살처분하는 정책은 정부 방역의 기본을 벗어난 것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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