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청춘은 뗄 수 없는 건데 50분 정도는 우울한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1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19 청춘커피페스티벌’에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작가가 무대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어두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주제로 열린 이 강의에는 수 십명의 20대 청중들이 무대 앞까지 다가와 앉아 큰 관심을 보였다.
우울증과 페스티벌은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커피와 간식을 마시며 카페인에 한껏 들떠있는 축제 현장의 사람들과 달리 백 작가의 강연을 지켜보는 이들은 고요했다.

백 작가 역시 처음에는 본인의 이야기가 청춘 페스티벌에 과연 어울릴지 걱정해 참여를 망설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50분 정도는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젊은 세대에게 심리건강은 중요한 문제”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폭력적인 가정환경과 심한 아토피로 우울함이 심했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를 시작으로 안면홍조로 콤플렉스를 가졌던 일, 대학시절 심리 상담을 받게 된 사연을 중심으로 우울증을 겪었던 경험을 들려줬다.
이어 병원에서 ‘기분부전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대학생이 돼 우울증이 심해져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상담을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기분부전장애는 경도의 우울감이 지속되는 병이다. 일주일에 3,4일 이상 우울증을 느끼는 시기가 1년 이상이 될 때 진단을 받는다.

백 작가는 “우울증 때문에 가슴이 아플 정도였는데도 병원을 가지 않은 것은 제 책 제목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회사도 못 가고, 밥도 못 먹은 채 누워만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저는 매일 울어도 떡볶이는 먹고 싶은 모순적 감정 때문에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공감한 이들은 서로를 보며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백 작가는 에세이를 책으로 출판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그는 기억하기 위해 심리 상담 과정을 녹음했다. 이를 글로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게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내 이야기가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게 되면서 출판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는 최예지 씨(23)는 “교육환경 문제나 개인주의 심화로 젊은 세대의 우울감은 흔해졌다”며 “백 씨의 강연을 들었으니, 책도 구해 읽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다은/이선아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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