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정산 폐지, 인센티브 확대로 경쟁 유도
중대 비리·사고 업체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서울버스 준공영제 뜯어고친다…표준원가제 전면 시행
서울시가 시민의 발이자 '세금 잡아먹는 하마'로 지목돼온 시내버스의 준공영제를 대폭 손본다.

시는 재정지원 합리화와 관리·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 '버스 준공영제 개선 기본방향'을 13일 발표했다.

재정지원 합리화의 핵심은 준공영제로 지원하는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 지급 방식을 '표준원가제'로 바꾸는 것이다.

운전직 인건비와 연료비는 운송원가의 8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는 이를 버스업체가 사용한 만큼 시가 실비정산했지만 앞으로는 단가(표준원가)를 정해 단가만큼만 지급한다.

부족분은 업체가 경영 수완을 발휘해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한다.

실비정산할 때는 업체가 내미는 영수증을 사실상 검증 없이 수용했던 터라 '깜깜이 지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매년 업체 평가 결과에 따라 시가 업체에 차등 배분하던 '성과이윤'은 지급 대상 업체를 줄인다.

성과이윤은 총 65개 업체 중 지난해 54개, 올해 45개 업체가 받아 경영 성과 개선의 유인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시는 대신 앞으로 경영성과가 좋은 회사에 주는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책임 경영'을 확립해 우수 업체는 대형화하고 부실 업체는 퇴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버스 업체의 노선 특허권이 인정되고 차고지 등 자산이 업체 소유인 현실에서 자발적 경영개선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울버스 준공영제 뜯어고친다…표준원가제 전면 시행
버스업체 관리·감독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중대 비리·사고 업체를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비리·사고 업체에 보조금 감경 등 징계만 내렸다.

시는 조만간 구체적 퇴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각 업체가 선정하던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은 앞으로 서울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이 공동 선정해 '날림 감사' 여지를 줄인다.

시가 직접 시행하는 감사 범위는 기존 회계에서 인사, 노무 등 업체 업무 전반으로 확대한다.

업체 사장들이 모여 운송 수입이나 재정지원을 관리하는 기관인 운송수입금공동관리업체협의회(수공협)에 대해서는 '수공협 검증 소위원회'를 신설, 감시에 나선다.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한 '운수종사자 권역별 공동 채용'도 추진한다.

업체별 채용에 따른 '뒷돈 취업 비리' 등을 막기 위해서다.

시는 준공영제 개선과 함께 수요대응형 노선 신설, 버스 광고 수입 확대 모색, 지문인식 음주 측정 관리 시스템 구축 등으로 버스업체 운송수입 증대와 버스 서비스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운전직과 비교해 열악한 정비·관리직의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시는 버스업체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각계 의견을 수렴, 올해 안에 버스정책시민위원회 의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준공영제는 안정적 버스 운영 환경을 조성해 시민 만족도 증진, 사고 감소 등 성과를 냈지만 업체 관리 미흡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해소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2의 버스개편'을 추진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시민,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서울시가 세계 최고의 대중교통 친화 도시로 자리매김할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