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주 장관회의서 결정…산업장관 "국제적 위치·역할 고려"
WTO 개도국 지위 마감시한 열흘 앞…농업부문 반발 '숙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한 마감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에 반발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중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에서의 개도국 특혜 관련 동향과 대응 방향을 공식 안건으로 처음 상정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WTO에서 다른 개도국이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음 달(10월) 회의에서 결정하려고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이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WTO가 90일 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못 박았다.
WTO 개도국 지위 마감시한 열흘 앞…농업부문 반발 '숙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 시한은 오는 23일까지다.

이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내주 초에는 한국의 개도국 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이미 대만,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가 개도국 지위를 더는 주장하지 않기로 했고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서 미국의 주장에 응하는 국가가 잇달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미국이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의 4가지 기준으로 제시한 데 모두 부합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로 인해 한국이 계속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경우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협상이 사실상 없고 WTO 회원국 일원으로서 확보한 권리는 개도국 지위와 상관없이 계속 가져가게 된다"며 "개도국을 유지했을 때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맞서는 것이 바람직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 부문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숙제다.

한국은 농업 이외 분야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농업이 가장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조합장들은 7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농업 부문에서 WTO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우리나라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WTO 차기 무역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도 한국 농업 부문이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해달라고 국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에 건의했다.
WTO 개도국 지위 마감시한 열흘 앞…농업부문 반발 '숙제'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통상당국은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반면, 농정당국은 농업 부문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며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무게는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않는 쪽에 쏠려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한국이 국제 통상의 농업 부문에서 지금처럼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확정하지 않았고 관계부처, 영향이 있는 분야 관계자와 협의 중"이라고 전제하며 "국제적 위치와 역할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지속해서 관계부처, 이해관계자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개도국 특혜 관련해 논의되는 부분은 앞으로 있을 협상에서의 특혜, 대우를 주장하느냐 마냐의 문제"라며 "기존 WTO 협정에 따라 기존에 한국이 누리는 사항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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