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국가대표 기업들

복합위기 시대 생존전략은 혁신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근로시간 단축, 각종 규제 등이 그물망처럼 얽혀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반(反)기업 정서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업들은 혁신과 사업구조 개편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각오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경기 용인기술연구소에서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장비인 카메라 등을 점검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근로시간 단축, 각종 규제 등이 그물망처럼 얽혀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반(反)기업 정서도 문제로 거론된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기업들은 혁신과 사업구조 개편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각오다.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경기 용인기술연구소에서 미래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장비인 카메라 등을 점검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대내외 악재가 종합세트처럼 다가오는데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됐다."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경제개발이 시작된 뒤 겪어보지 못한 저성장 시기가 올 수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L자형 장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악재는 사방에서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 보복 등도 더해졌다. 국제 유가는 출렁이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라는 변수는 어디로 튈지 예측조차 힘들다.

국내 환경은 더욱 나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로제)은 여전히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노동계는 수시로 파업 중이다. 정부는 친(親)노동 법안 및 규제 강화 법안을 하나둘 처리한다. ‘조국 사태’에 매몰된 정치권에서 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기업들은 경영 환경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그간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반도체 및 정보기술(IT)기업 실적도 예전만 못하다. 자동차나 조선, 철강 등은 수년째 ‘부진 터널’에 갇힌 상태다.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에는 공장을 판다는 현수막만 펄럭이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바람도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지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혁신을 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 발 빠른 변화 등이 한국 기업의 무기다.

삼성그룹은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를 4대 미래 사업으로 정하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2021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의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로 했다. 국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첨단 생산 인프라 설비에 6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과감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IT기업보다 더 IT기업처럼 변하자는 목표를 세울 정도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기업 문화가 가장 빠르게 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도 과감해졌다. 외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조(兆) 단위 투자 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인 앱티브와 2조4000억원씩 투자해 합작사를 만들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SK그룹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안정적인 내수 시장에

대지 않고 새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베트남 시가총액 1위 민영기업인 빈그룹의 지주회사 지분 약 6.1%를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에 샀다. 북미 지역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북미 지역을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기술(ICT), 제약, 배터리 등 분야의 글로벌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LG그룹은 사업 방식과 체질을 발 빠르게 바꾸고 있다. 전자와 화학, 통신 등 기존 주력 사업 외 자동차 부품, AI,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같은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AI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북미R&D센터를 만들었다. 로봇산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 태스크포스도 신설했다. 로봇과 자율주행 관련 중장기적인 투자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롯데그룹은 화학 사업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1월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와 합병을 완료한다. 연말에는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 공장도 증설한다. 롯데첨단소재의 PC 생산량(연 24만t)과 합치면 연 46만t의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생산력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시장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차전지(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저장성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었다. 이 공장은 올해 말부터 양극재 양산에 들어간다. 중국 공장 준공으로 포스코는 2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포스코는 내년까지 양극재 생산 규모를 4만5000t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GS그룹은 에너지, 유통, 건설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 등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방위산업과 태양광, 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혁신과 내실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그룹의 역량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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