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가 8일(현지시간) “올해 세계 경제의 90%가 경기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에 대해선 인프라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중심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권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IMF 본부에서 열린 취임(10월 1일) 후 첫 공개연설에서 “2년 전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거의 75%가 동반 상승했지만 올해는 동반 둔화 국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기간인 오는 15일 공개할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IMF의 기존 전망치는 올해 3.2%, 내년 3.5%다. IMF는 작년 7월만 해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9%로 예상했다. 이후 네 차례 연속 전망치를 낮춰 지난 7월엔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2%로 떨어졌는데, 이를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선진국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고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는 경기 하강이 더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IMF 총재 "韓, R&D 투자 늘리면 성장 잠재력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IMF 총재의 경고 "전세계 90%가 경기 동반둔화"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무역갈등을 꼽았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누적손실이 내년까지 총 7000억달러(약 838조원)로 글로벌 총생산의 0.8%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이 같은 손실은 대략 스위스 경제 규모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는 “무역긴장 때문에 전 세계 제조업 활동과 투자가 심각하게 위축됐고 서비스와 소비도 곧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며 “무역전쟁에선 모두가 패자”라고 말했다. 또 “무역갈등뿐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지정학적 긴장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동반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책 대응도 여러 나라가 동시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국이 서로 정책 플랜을 이해하고 적절한 수준으로 금리를 낮춰 경기 지표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상당수 선진국에선 기준금리가 매우 낮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수준이기 때문에 경기둔화에 대응할 여력은 많지 않다고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금리정책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재정화력’을 동원할 예산 여력이 있는 국가들을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정 여력을 갖춘 나라로 독일, 네덜란드와 함께 한국을 꼽으며 “이런 곳에선 지출 확대, 특히 인프라와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한 지출 확대가 수요와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