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급증 속 稅收는 줄어

기금 뺀 재정적자 50兆 달해
나랏빚 700조원 돌파 '눈앞'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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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과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 씀씀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세수 호황’이 막을 내리자 재정적자 폭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를 보면 올해 1~8월 누계 기준 통합재정수지는 22조3000억원 적자였다. 국가채무는 697조9000억원으로 7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의 총 수입(국세수입+세외수입+기금수입)에서 총 지출(예산+기금+기타)을 뺀 것이다.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8월 누계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건 이번까지 총 네 번이다. 2009년 14조2000억원, 2014년 10조원, 2015년 9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올해 적자 규모가 두 배 정도 크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국민연금 교원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같은 기간 49조5000억원 적자였다. 1년 전(-12조원)에 비해 네 배 이상 늘었다.

올 나라살림 '22兆 적자' 역대 최악

재정 적자폭이 커지는 이유는 정부가 경기 부양과 복지 확대 등을 위해 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세금은 덜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누계 총 지출은 348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조8000억원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총 수입은 32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 줄었다. 총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이 20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7000억원 감소했다.

국세 수입 중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소득세였다. 소득세는 올해 1~8월 누계 기준 58조2000억원이 들어와 전년 동기 대비 1조1000억원 줄었다. 경기불황 여파로 법인세 중간예납기간인 8월 한 달간 법인세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6000억원 감소했다.


복지·일자리 씀씀이 커져 재정적자 '최대'…세금은 3.7兆 덜 걷혔다

정부의 복지 지출 확대와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불황’이 겹치면서 나라살림에 구멍이 나고 있다. 지난 8월 걷힌 법인세수가 1년 전에 비해 6000억원 감소했다. 8월 기준 법인세수가 줄어든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몇 년간 법인세가 잘 걷히자 이를 바탕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폈다”며 “법인세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세수 호황이 끝났다는 의미로 지금처럼 씀씀이를 늘리다간 미래세대가 큰 부담을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 나라살림 '22兆 적자' 역대 최악

세수는 줄어드는데

기획재정부가 8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10월호’를 보면 올 8월 법인세는 11조9000억원이 걷혀 전년 동월(12조5000억원)에 비해 6000억원 줄었다. 8월 기준으로 법인세수가 준 것은 2014년 후 처음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내수 위축 등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8월은 12월 결산법인이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법인세를 중간 예납하는 달이다. 8월 법인세가 감소했다는 것은 올해 총 법인세수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기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은 데다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쳤다”며 “내수 역시 좋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0조원대였던 연간 법인세수가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60조~70조원대로 올라왔는데 다시 10조~20조원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법인세는 경기를 많이 타는데 그걸 기반으로 나랏돈 씀씀이를 늘린 게 문제”라고 했다.

감소한 것은 법인세뿐만이 아니다. 소득세도 8월 6조3000억원 걷히는 데 그쳐 전년 동월 대비 1조6000억원 줄었다. 8월 국세수입은 20조2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조9000억원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 환급 형태로 저소득층에 주는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을 지난 8월 조기 지급했다”며 “수혜 대상과 지급액까지 늘어나면서 소득세 감소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 1∼8월 누계로 보면 국세수입은 20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7000억원 감소했다. 1~8월 누계 국세수입이 줄어든 것은 2014년(2600억원 감소) 후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부가가치세수가 늘며 국세수입이 감소했다”며 “추경예산을 조기 집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같은 기간 국세수입 진도율(정부의 1년치 세금 목표율 대비 지금까지 실제로 걷은 금액)은 71.1%로 전년 동기 대비 1.5%포인트 낮았다. 특히 법인세 진도율이 전년 동기에 비해 6.4%포인트 낮아져 감소폭이 컸다. 진도율이 낮다는 것은 세금이 예전보다 잘 안 걷히고 있다는 의미다.

씀씀이는 커져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있지만 지출은 커지고 있다. 8월 총 지출은 30조7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조3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1~8월 누계 기준 총 지출 역시 348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조8000억원 늘었다.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올해 1~8월 누계 기준 22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16조원 흑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49조5000억원 적자였다. 지난해에는 1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마이너스 폭이 네 배 이상으로 늘었다.

나랏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8월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697조9000억원으로 올해 안에 7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지출을 확대하더라도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곳에 돈을 써야 하는데 선심성 복지 등을 주로 늘리는 게 문제”라며 “이에 따라 국가채무도 계속 증가하는데 이는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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