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빚을 연체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연체채권 관련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연체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요구하면 금융회사가 반드시 협상에 응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8일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TF는 연체 발생 이후 추심, 채무조정, 상환·소멸시효 완성 등의 규정을 구체적으로 담은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목표로 구성됐다. 손 부위원장은 “그동안 추심을 금융회사 자율에 맡긴 결과 과도한 상환 압박으로 채무자의 재기를 더 어렵게 하는 관행이 형성됐다”며 “채권자와 채무자가 상생할 수 있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채권자·채무자 간 채무조정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에는 채무조정 협상 중 추심이 금지되며, 심사 결과를 일정 기간 내 채권자에 통보할 의무가 부과된다. 원활한 채무조정을 위해 채무자 편에서 협상을 돕는 ‘채무조정서비스업’이라는 새 업종도 도입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활성화된 업종이다.

연체 이후 채무 부담의 과도한 증가를 막을 방안도 마련한다. 기한이익상실(연체 30~60일 후 원리금 전체 일시상환 요구)이 발생한 뒤 연체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도록 부과 방식을 바꿀 계획이다. 채권 소멸시효가 기계적으로 연장되는 것도 막을 방침이다. 금융위는 또 채권추심 시장의 규율을 강화하기로 했다. 추심 위탁이나 채권 매각 이후에도 금융회사가 관리 책임을 지속적으로 지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TF 논의를 거쳐 내년 1분기 ‘금융권 개인연체채권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소비자신용법은 2021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잡았다. 90일 이상 연체한 개인 채무자는 전체 금융채무자의 약 10%인 180만 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금융위 측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