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 분야)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세계적 추세라며 정부를 옹호했지만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탈원전 여파로 에너지 공기업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졌다고 지적했다.
< 성윤모 장관 ‘곤혹’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에너지 분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성윤모 장관 ‘곤혹’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에너지 분야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환경단체, 태양광으로 이익 취해”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작년부터 올 6월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들어간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이 총 6조5693억원”이라고 공개했다. 정부 보조금 3조3857억원, 전국 17개 지자체 지원금 2078억원, 대출 및 보증 2조9757억원 등이다. 작년 한 해만 놓고 보면 4조4423억원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쏟아부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전이던 2016년(2조6875억원) 대비 65.3% 급증한 수치다. 윤 의원은 “탈원전에 따른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태양광 사업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은 반면 국민 부담은 크게 늘었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지원 6.6兆…환경단체, 태양광으로 막대한 이익 챙겨"
이날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시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보급사업’ 감사 결과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가 태양광 사업(작년 기준 예산 402억원)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녹색드림협동조합, 해드림협동조합 등 특정 단체를 우대했다는 게 골자다. 증인으로 출석한 허인회 전 녹색조합 이사장은 “2개월 전 이사장에서 물러났다”며 “(녹색조합의) 불법 하도급 문제에 대해선 재판을 통해 판단받겠다”고 말했다. 허 전 이사장은 고려대 총학생회장 및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 출신이다. 박승옥 서울시민햇빛조합 이사장과 박승록 해드림조합 이사장도 친(親)여권 단체인 한겨레두레공제조합 등에서 일했으며, 형제 사이다. 박승옥 이사장은 “박원순 시장과 대학 선후배 사이지만 같은 단체에서 일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환경단체 수장들이 태양광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게 드러났다”며 “탈원전은 현 정부의 ‘내 사람 챙기기’ 정책 아니냐”고 질타했다.

여당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한편 정부의 대(對)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수혁 민주당 의원은 “에너지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점은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인으로 나온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500여 기의 원전이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의 원전을 갖고 있는 나라의 정책만 보고 ‘탈원전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백화점·극장도 ESS 화재에 노출

최근까지 화재가 잇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뜨거운 감자’였다. 윤 의원은 “언제 화재가 발생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ESS가 56곳의 병원과 백화점, 영화관, 지하철역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돼 있다”며 “실제 화재 때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다. 2016년 274개였던 ESS가 작년 말 1490개로 급증했다. 2017년 8월부터 지금까지 총 2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정부가 ESS 화재 원인 및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후에도 3건이 추가 발생했다.

이훈 민주당 의원은 “LG화학 배터리에서 14회 화재가 발생했는데 모두 2017년 2~4분기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한 초기 물량”이라고 말했다. 이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민관 ESS 사고조사위원회에서 해당 배터리를 놓고 다양한 실증 실험을 했는데 직접적인 발화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