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시중은행, '가산금리' 인상 만지작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잔액 증가세를 조절하는 동시에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감소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1~0.2% 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들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매달 15일 공시)와 한은 금통위(오는 16일 개최)에 앞서 주담대 가산금리를 최대 0.2%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14일을 기점으로 검토를 마치고 일부 지점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달한 상태"라 설명했다.

실제 지점 대출 담당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대출 예정자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동대문구 지점에서 근무하는 A과장은 "공문 등이 내려온 건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들었다"며 "대출을 계획 중인 고객들에게 연락해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금융채 금리와 코픽스는 이달 들어 떨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혼합형 주담대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금융채 5년물 금리의 경우 9월 말(1.58%)까지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지만 이달 초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기준 금융채 5년물 금리는 1.55%다. 코픽스(신규 취급액·잔액 등) 역시 5월부터 매달 0.1% 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9월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1.51%다. 8월과 비교해 0.25% 포인트 내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한은이 이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 포인트 인하하면서 금융채 금리도 함께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지면서 전체 금융채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599조3850억원으로 1년새 43조원 늘었는데, 이 가운데 71%(430조2053억원)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에도 가계 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은행들은 정부의 추가 규제를 앞두고 대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새로운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 비율) 규제를 시행한다. 예대율이 100%를 넘으면 정부로부터 대출 취급을 제한받게 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가중치가 큰 가계대출을 줄여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규정은 예수금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포인트 올리는 대신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 포인트 내려 계산한다"며 "가중치가 큰 가계대출은 줄여야 하는 상황인 건 분명한 사실"이라 설명했다.

금리를 올릴 경우 은행들의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 시중은행의 3분기 예상 순이자마진(NIM)은 1.45%로 전분기 대비 0.05% 하락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떨어질 경우 순이자마진은 최대 0.1% 포인트 가량 떨어질 수 있다.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이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 수단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