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동반자’를 지향해 온 기업은행은 올해 중소기업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박스(BOX)’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에 관련한 모든 것을 총망라하는 플랫폼을 출시한 것은 국내 은행 중 최초다. 출시 후 9일 만에 1만 개 가입사를 돌파할 정도로 중소기업에 큰 도움을 주는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스는 기업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중소기업 전문 플랫폼이다. 기업 경영지원 전문가(Business Operation eXpert)라는 뜻이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경영상담, 구인 등 경영활동 전반을 지원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력, 정보력,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며 “기업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출시하고 두 달여가 채 안 된 지난달 24일 가입자 1만9350명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박스는 기능별 ‘박스(상자)’를 나눠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정책자금 맞춤 추천, 비대면 대출 지원, 생산자 네트워크 지원, 기업 부동산 매매 중개, 일자리 매칭 등 12개 분야의 솔루션을 지원한다. 이런 기능을 잘 이용하면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자사의 상품을 홍보하거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판로 개척을 원하면 ‘판로 개척 박스’를 선택해 국내외 바이어와의 미팅을 추진할 수 있다. 또 거래처 모니터링을 통해 거래처를 관리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다.

직원 근무 관리나 급여 지급, 교육도 할 수 있다. 회사 외형이 성장해 본사나 공장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면 ‘기업부동산 박스’ 서비스를 활용하면 된다. 기업은행과 제휴를 맺은 공인중개사가 직접 상담해준다. ‘정책자금 박스’와 ‘대출 박스’에서는 필요한 자금을 편리하게 신청할 수도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박스 아이디 하나만 있으면 모든 기능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기업은행과 거래하지 않는 기업도 가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스에 가입하면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한 이용이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기업은행이 ‘디지털’을 통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오랫동안 연구한 야심작이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년 가까지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2218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의 경영상 어려움과 성장 단계별 애로사항을 듣고 반영한 결과물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회계, 인사, 마케팅, 자금조달 등 검증된 전문 업체와 제휴를 통해 운영 중이다. 김도진 행장은 “단순히 기술만 진보하는 ‘디지털’이 아닌 기업들에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지털’이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해 왔다”며 “앞으로도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에 필요한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