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가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쥴랩스코리아, KT&G 관계자가 잇따라 증인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해 액상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에 입을 열 것으로 보인다. 세율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예정된 국감 증인으로 세계 1위 액상 전자담배 '쥴(JUUL)'의 국내 유통사 쥴랩스코리아 우재준 상무가 출석한다. 또한 국산 액상 전자담배 '릴 베이퍼' 개발을 지휘했던 김정후 KT&G 차세대제품개발실(NGP) 실장 등 업계 관계자 14명이 증인신분으로 대거 출석할 예정이다.

◆ 미국에서 철퇴 맞은 전자담배 쥴

최근 미국에서는 액상 전자담배 사용자 사이에 의문의 폐 질환이 발생하고 급기야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유해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쥴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미국 내 청소년 흡연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주 보건 당국에 따르면 고교생 흡연율은 2014년 10.5%에서 2018년 27.4%로 급증했고 고교 졸업반 학생들의 흡연율은 40%에 육박했다.

결국 지난달 초 미국 미시간 주지사는 액상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하는 긴급 조치를 주 보건 당국에 지시했고 뉴욕주도 액상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했다. 연방정부도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전자담배 업체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엄청난 부자 회사가 됐다"며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이 아파하도록, 청년들이 병들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쥴'은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어 사회적 파장이 컸지만 국내는 아직 이 같은 질환이 발생하지 않았고 시장 점유율도 낮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보건복지부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위험하다고 판단, 사용 자제를 권고한 상황이다.

◆ 핵심은 유해성 여부

핵심은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여부다. 아직 해당 폐질환과 전자담배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건 없다. 다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식품의약국(FDA)이 추정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전자담배를 언급한 만큼 액상형 전자담배가 정말 안전한지를 두고 복지위 소속 위원들의 격론이 예상된다.

쥴랩스코리아는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내고 "당사 제품에는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 대마초에서 추출된 어떠한 화학 성분이나 비타민 E 화합물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CDC는 전자담배 사용자가 폐 질환에 걸린 건 맞다면서도 환자 대부분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마초 성분인 THC를 섞어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쥴랩스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유해성 논란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 외 어떤 국가에서도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정부, 세율 인상 카드 '만지작'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lil vapor)'와 전용 카트리지 '시드(SiiD)' [사진=KT&G]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lil vapor)'와 전용 카트리지 '시드(SiiD)' [사진=KT&G]
아울러 유해성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조정을 검토하는 것도 업계에서는 부담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담배 종류 간 세율의 객관적 비교 기준 마련을 위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간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면서 "12월 완료 예정인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과세 형평성이 문제 될 경우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반 담배 세금은 2914원(20개비 기준)이고 궐련형 전자담배는 2595원인데 반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1769원(부가가치세 포함)이다. 세금이 다른 이유는 일반 담배와 비교할 때 국내에서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이 낮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면 쥴 등 CSV에 들어가는 팟(Pod) 1개에 붙는 세금은 니코틴 함량 0.7㎖ 기준 1261원(부가가치세 제외)으로 궐련(2914.4원)의 43.2% 수준이다. 2017년 국내에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2595.4원)과 비교해도 절반에 못 미쳐 액상형 전자담배 세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향후 한국 전자담배 시장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라며 "미국에서 역풍을 맞아 위기를 겪는 쥴랩스가 한국에서도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감장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