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파주시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27일 인천 강화군에서 ASF 확진 판정이 난 지 5일 만에 두 건이 추가됐다. 섬 지역인 강화를 뺀 경기 북부 기준으로는 지난달 24일 이후 8일 만에 ASF가 재발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파주시 파평면과 적성면 농가에서 ASF 의심 증상을 보인 돼지들을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SF 발생 건수는 11건으로 늘었다. 이날 파주시 문산읍과 김포시 통진읍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온 만큼 발생 건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농식품부는 파주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이날 오전 3시30분부터 경기·인천·강원 지역을 대상으로 48시간 돼지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또 확진 판정이 난 농가는 물론 반경 3㎞ 이내에 있는 농장의 돼지 1만5000마리가량을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 기존 발병 농가의 살처분 대상이 9만8610마리였던 만큼 ASF로 살처분되는 돼지는 국내 사육두수(1120만 마리)의 1%를 넘어서게 됐다.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10여 일 전 ASF가 처음 상륙했을 때 증상을 보인 돼지와 비슷한 시기에 감염된 돼지들이 잠복기(4~19일)를 거쳐 이제 발현한 건지, 최근 새롭게 감염된 건지 알 수 없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최근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 정부 방역대책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는 얘기가 된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시 적성면 농가가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잔반)을 먹이로 준 데다 멧돼지와의 접촉을 막기 위한 울타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것도 방역체계의 허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ASF 주요 전파 경로를 막겠다며 잔반 급여 전면 금지와 울타리 설치 의무화를 발표했지만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소규모 농가(18마리 사육)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방역당국도 챙기지 않았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축사 규모가 50㎡ 이하인 곳은 등록제이다보니 소규모 농가가 등록하지 않으면 방역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며 “ASF가 한 번 휩쓸고 지나간 파주시 적성면 농가조차 계속 잔반을 먹였는데 다른 지역의 소규모 농가는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