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 커피 매출이 매월 평균 25%씩 늘고 있습니다. 지금은 커피를 찾는 손님의 80%가 제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십니다.”경기 안양금융센터점에서 편의점 이마트24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윤현숙 씨(61)는 한국커피협회가 발급한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다. 윤씨는 이마트24가 지난해 5월 도입한 ‘바리스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 편의점의 매출은 다른 점포보다 훨씬 많다.캔커피, 컵커피 등은 물론 원두커피까지 모든 종류의 커피를 한곳에서 팔며 편의점이 ‘커피 만물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편의점 커피 시장은 올해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커피 잡화점 된 편의점2010년께까지 편의점 커피의 주력은 캔커피였다. 롯데칠성음료가 1991년 출시한 ‘레쓰비’ 등 1000원짜리 단맛 캔커피는 편의점 커피의 상징이었다. 이후 편의점이 급격히 늘어나는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본사는 커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이 시장으로 밀려들어온 두 번째 커피는 빨대를 꽂아 컵 형태로 판매하는 RTD(ready to drink) 커피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RTD 커피 시장 규모는 1조4631억원 정도였다. 유로모니터는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편의점을 통해 판매된 것으로 추산했다. 슈퍼마켓, 소매점, 온라인 등을 모두 제치고 가장 많이 판매한 채널이 됐다.이후 편의점들은 자체상표(PB) 커피를 내놨다. CU는 ‘카페겟’, GS25는 ‘카페25’, 세븐일레븐은 ‘세븐카페’ 등 브랜드를 내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이 브랜드에 맞는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점포마다 원두커피 기계를 설치했다. 수준 높은 커피로 전문점과 경쟁하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CU 관계자는 “한 점포에서 파는 커피 종류가 평균 120가지, 많은 곳은 160가지에 이르러 웬만한 취향은 모두 맞출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작년 편의점 커피 판매는 약 6500억원에 이르렀다. 올해도 편의점 커피는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가성비로 카페 커피에 도전편의점 원두커피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뿐 아니라 수익성도 좋아 편의점 본사, 가맹점주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는 지난해 2억3000만 잔의 원두커피를 팔았다. 액수로는 2800억원에 달했다. 6500억원 수준이던 지난해 편의점 커피 매출 가운데 40%를 원두커피가 담당했다.업계 관계자는 “원두의 품질과 커피기계만큼은 편의점이 전문점 못지않은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카페 가격의 절반인 1200~2000원 선의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라고 말했다.GS25는 스위스 유라의 에스프레소 기계를 전국 1만 개 점포에 설치했다. 대당 1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다. 원두의 산지는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이다. GS25는 지난해 9200만 잔의 원두커피를 팔았다.CU는 전체 점포의 90%인 1만3000여 개 점포에서 원두커피를 판매한다. 커피 기계의 주요 부품을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수입했다. 연속 추출 기능으로 10잔의 커피를 내려도 균일한 맛을 유지한다고 CU 측은 밝혔다.세븐일레븐은 카페형 편의점으로 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카페점과 시청역 세종대로점 등 전국에 130개 점포가 있다. 1층엔 편의점을 내고 2층 혹은 3층에 20여 석 규모의 카페를 차려 앉아서 마시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업계 후발주자인 이마트24는 ‘바리스타 편의점’ 수를 100개까지 늘렸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을 맞아 편의점들이 새로운 도시락을 속속 내놓고 있다. 새로 나온 편의점 도시락의 키워드는 ‘차별화’다. 기존에 편의점 도시락에선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재료를 쓰거나 이색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다.편의점 CU가 오는 24일부터 판매하는 ‘바다향가득 도시락’(사진)은 갈치 꽁치 오징어 등이 반찬으로 들어 있다. 편의점 도시락엔 그동안 많이 쓰지 않았던 재료들이다. 가격이 어획량에 따라 크게 출렁이고, 신선도 유지와 조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기반찬이 편의점 도시락에 많이 있는 이유다.CU는 바다향가득 도시락에 수입 수산물을 썼다. 갈치는 세네갈, 꽁치는 대만, 오징어는 칠레에서 잡은 것이다. 국내산을 고집하지 않은 대신 가격을 5000원 미만에 내놓을 수 있었다.국내산 천일염으로 간을 하고 200도 고온으로 단시간 안에 구워 냄새도 거의 없다. CU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육류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소비자 제안이 도시락 상품으로 나온 사례도 있다. 미니스톱은 대학생들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쭈꾸미 불고기 도시락’을 출시했다. 미니스톱의 상품을 홍보하고 상품을 분석하는 대학생 서포터즈팀이 제안해 만들어졌다. 주꾸미 불고기의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콩나물을 밥과 함께 비벼먹을 수 있도록 했다. 소원영 상품개발 담당자는 “편의점 주 고객층인 대학생들이 먹고 싶은 도시락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다른 업체들도 남다른 도시락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25가 내세우는 도시락은 지난 6일 출시한 ‘한상가득도시락’이다. 5900원으로 편의점 식품류 중에서는 고가에 속하지만 출시 후 GS25의 도시락 23종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기와 채소를 꿰어 구운 화양적, 명태전 등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을 택해 공을 들였다.세븐일레븐은 건강을 강조한 ‘포케 샐러드’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닭가슴살, 콜리라이스 등 두 종류(각 3900원)가 있다. 콜리플라워, 병아리콩, 렌틸콩 등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GS25가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도시락을 내놨다. 6일부터 판매하는 ‘한상가득도시락’에는 모둠전, 잡채, 나물, 구운 돼지갈비 등 9종의 명절 음식을 담았다. 가격은 5900원.권오상 GS리테일 상품기획자는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혼추족(나 홀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명절에 어울리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GS25 전용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인 ‘나만의 냉장고’를 통해 이 도시락을 예약 주문하고 수령일을 연휴 기간인 12~15일로 지정하면 한과 세트를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도 한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