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애플, 화웨이 등 대형 고객사 물량을 쓸어가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중국 SMIC 등 중위권 업체들은 인수합병(M&A), 극자외선(EUV) 공정 진출 등을 통해 선두권 추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복합 위기’ 속에서 고군분투 중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시장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 파운드리 '샌드위치' 신세되나
1일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내년에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칩을 생산하려면 미리 주문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로 5G 칩 생산 업체 주문이 증가한 영향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선 TSMC가 내년 상반기부터 화웨이의 차기 5G 통합칩셋(SoC) ‘기린 1000’을 7나노보다 고차원 공정으로 평가되는 5나노 라인에서 생산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국산화’를 시도하는 중국 반도체 업체 영향으로 최근 TSMC의 10·12·16나노 칩 라인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 하반기 TSMC 매출이 상반기보다 32% 증가한 196억5000만달러(약 23조5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 3분기(7~9월)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2분기(30.1%포인트)보다 벌어진 32.0%포인트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4~5위권 업체들은 선두권 추격을 목표로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다. 세계 4위 대만 UMC는 최근 일본 파운드리 업체 ‘미에 후지쓰’ 지분 84.1%를 576억엔(약 6400억원)에 인수했다. 일본 고객사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SMIC는 EUV 관련 분야 경력직원을 모집하는 등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는 EUV 공정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EUV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첨단 장비다. 회로를 새기는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어 미세화와 수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7나노 EUV 공정을 통한 양산을 본격화하고 5나노 이하 공정 양산을 앞당겨 TSMC를 따라잡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1월 평택 EUV 라인이 본격 가동하면 7나노 공급이 본격화된다”며 “초미세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