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양국은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올 4분기 뉴욕 증시가 작년 4분기와 비슷하게 전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습니다.
금리가 낮아질만큼 낮아진 만큼 통화정책 약발은 사라졌고, 재정정책은 트럼프 탄핵 시도로 인해 꽉 막힌 상황에서 미·중 협상이 좌초될 경우 작년 말과 같은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30일 다우 지수는 26916으로 마감됐습니다. 이는 작년 이맘 때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우 지수는 작년 10월1일 26651을 기록했었지만, 이후 12월24일 21792을 기록할 때까지 석달간 20%나 급락했었습니다.

양국 협상에 대한 기대는 컸습니다.
중국이 농산물 구매에 나서고 트럼프 대통령은 "딜이 생각보다 빨리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양국이 스몰딜이라도 만들어낼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선 타결보다는 결렬 가능성이 클 것이란 시각이 여전합니다. 한 자산운용 담당자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협상 결렬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월가에선 세가지 부정적 전조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다우 지수의 움직임
지난 1년간 다우 지수의 움직임
첫째,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을 폐지하고, 미국 공공연기금의 중국 포트폴리오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주 보도됐습니다.
이는 10월15일 관세 부과에 대비한 시나리오라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10월1일 시행할 예정이던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10월15일과 12월15일로 나눠 늦춰놓았습니다. 만약 10~11일 양국 협상이 타결된다면 이번 관세 부과는 취소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행될 겁니다.
이렇게되고 나면 중국산 수입품은 극소수만 제외하고 거의 다 관세를 내게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오던 관세 카드가 수명을 다 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중국을 압박할 카드로 상장 폐지 및 투자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기본 전제는 무역전쟁은 이어진다는 것이죠.
워낙 파괴력이 큰 만큼 이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과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이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선 협상 결렬 이후 언제든 다시 나올 이슈라고 보고 있습니다.

두번째, 유럽·일본을 겨냥한 수입차 관세 부과 결정을 또 다시 연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5일 일본과 무역협상(1단계)를 타결했습니다. 일본이 미국에 7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한 게 핵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 농부들을 위한겁니다.
이를 앞두고 일본 정부는 “수입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확언 없이는 협상하지 않는다”라고 몇차례나 강조해왔습니다.
이번 협상에선 공식적으로는 수입차 관세 문제는 빠졌습니다. 향후 4개월내에 타결할 예정인 2단계 협상때 논의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아무런 약속을 받지않고 농산물 시장을 열기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미 농가를 위한 에탄올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
미 농가를 위한 에탄올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
이에 따라 수입차 관세 문제는 오는 11월이 아닌 내년까지 다시 한번 6개월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는 중국과의 무역전쟁 확대에 대비한 조치라는 게 월가 시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전쟁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수입차 관세 문제를 계속 뒤로 미루기로 했다는 것이지요.

세번째,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을 미 농가를 위해 에탄올 소비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청정대기법에 따라 정유업계가 휘발유를 만들 때 유해물질 발생이 적은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를 10% 혼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일부 중소 정유업체에겐 면제해줍니다.
지난 8월 미 환경청(EPA)은 31개 중소 업체를 면제 대상에 올렸고, 현재 이 수는 점점 늘어나 85곳에 달합니다.
미 옥수수 농가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CNN은 옥수수 농가 대표들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이오연료 정책을 비판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29일 트위터에서 “우리가 에탄올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본다면 농가들이 아주 기뻐할 것”이라며 ‘초대형 지원책’이 준비되어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지원책은 미·중 협상이 좌초된 뒤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됩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이 이번에 상당한 양보를 한다면 딜이 만들어질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도 그런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