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17개월째 향후 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침체와 각종 규제 여파로 기업들의 투자 및 실적 부진이 당분간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응답기업 367곳)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0월 전망치가 97.2로 나타났다고 30일 발표했다. 9월 전망치(87.8)보다는 9.4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100) 아래 머물렀다. BSI 전망치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6월부터 17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내수(99.4)와 수출(95.6), 투자(96.7), 자금(95.0), 고용(97.0), 채산성(99.7), 재고(102.8) 등 한경연이 조사하는 모든 부문의 전망이 좋지 않았다. 재고 전망이 100 이상이면 ‘재고 과잉’을 우려하는 응답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응답 기업들이 10월 경기를 9월보다 긍정적으로 전망한 이유는 기저효과 및 8~9월 대비 조업일수 증가 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전망이 작년 6월 이후 계속 100선에 미치지 못해 기업의 부정적 심리가 만성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경연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노동비용 증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리스크(위험)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어려움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9월 BSI 실적치는 89.5였다. BSI 실적치는 기업들의 체감 실적을 지표화한 것이다. 기준선(100)을 밑돈 숫자가 나오면 9월 체감 실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경연의 BSI 실적치는 2015년 4월 이후 한 번도 기준선 위로 올라간 적이 없다. 53개월 연속 부정 평가가 많았다. 김윤경 한경연 기업연구실장은 “안팎으로 악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