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매장에서 일정액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건조기 에어드레서 등 인기 가전제품을 사실상 공짜로 주는 마케팅을 시작한다. 온라인 쇼핑으로 돌아선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다. 이마트는 최근 생수, 와인 등을 온라인보다 더 싸게 팔고 동네 맛집을 매장에 들이는 등 대대적인 ‘오프라인 매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혜택을 볼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워 ‘생색내기용 마케팅’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마트의 파격 캐시백…위기탈출 묘수될까
이마트가 1일부터 진행하는 ‘이워드(e-ward)’ 행사는 통신사 약정 판매와 비슷하다. 특정 요금제를 2~3년 쓰는 조건으로 단말기를 공짜로 주는 방식과 닮았다. 이마트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전제품의 할부금 25개월치를 지원한다. 대상은 삼성전자의 블루스카이 공기청정기, 제트청소기, 인버터 건조기, 에어드레서 등 4개 제품이다. 상품당 2000개씩 8000개 한정 판매한다.

구매 약정은 크게 세 종류다. 월 20만·30만·40만원 중에 고를 수 있다. 이 금액만큼 전국 142개 이마트, 40개 일렉트로마트 매장에서 돈을 쓰겠다는 약속이다. 약정액은 상품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99만원짜리 삼성 인버터 건조기의 할부금 지원을 받기 위해선 40만원 이상을 선택해야 한다. 월 40만원 이상 구매하면 그 다음달 건조기 할부금(월 3만9600원)이 소비자 통장에 입금된다. 할부액 1만1960원인 공기청정기는 약정액 20만원, 3만360원인 제트청소기는 약정액이 30만원이다.

혜택을 볼 수 있는 약정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꼼수 마케팅’이란 지적도 있다. 금액부터 그렇다. 40만원씩 25개월을 구매하면 1000만원이다. 최소 1000만원을 이마트 매장에서 쓰면 약 10%에 해당하는 건조기, 혹은 에어드레서 한 개를 받는 셈이다. 이는 최근 유통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특별한 게 아니다. 백화점이나 롯데하이마트 등 가전 전문점에서도 5~10%를 적립·할인해 주는 곳이 없지 않다.

구매액이 이월되지도 않는다. 이달에 1000만원을 쓴다 해도, 다음달에 또다시 최소 구매액을 채워야 한다.

혜택을 받으려면 신세계 간편결제 SSG페이에 등록한 현대카드로만 결제해야 하는 것도 소비자 입장에선 불편하다. 이마트는 이에 대해 현대카드와 SSG페이 운영사인 신세계I&C가 행사 금액 일부를 분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가전매장, 혹은 일렉트로마트에 방문해야 하는 것도 번거로운 점이다. 이마트·일렉트로마트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금액은 제외된다.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이라 해도 모든 곳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마트에 임차료만 내고 영업하는 맥도날드 버거킹 죠스떡볶이 약국 등은 합산에서 제외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