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일 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다섯 차례 발생한 인천 강화군이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강화군은 27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이날 오전 “ASF로 확진된 9건 중 5건이 강화군에서 나온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게 영향을 미쳤다. 이후 농식품부와 강화군은 전량 살처분에 대해 협의했다.

이번 결정으로 강화군 돼지 2만5500마리가 추가로 살처분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강화군에서 기르는 돼지 3만8000마리 중 1만2500마리는 ASF 확진으로 이미 살처분 대상이었다. 정부는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 반경 3㎞ 내에서 사육되는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전체 살처분 대상 돼지 수는 9만여 마리로 확대됐다.

농식품부와 강화군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건 ‘ASF 남하’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경기 파주시에서 처음 발생한 ASF가 강화도에 상륙한 건 24일. 이후 4일 연속 강화도에서만 확진 사례가 나왔다. ASF 잠복기가 4~19일인 점을 감안할 때 강화도만 틀어막으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양돈업계 관계자는 “정황상 ASF가 경기 남부지역으로 옮아갔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며 “이미 발병 사례가 나온 파주 연천 김포 등 경기 북부지역이 4일 이상 잠잠한 걸 보면 경기 북부 확산 가능성도 다소 낮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화군에 ASF 바이러스가 유입된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농가를 오가는 사료차량, 분뇨차량 등이 유력한 전파 매개체로 거론되지만 석모도 발병 농가의 경우 차량이 드나든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인력이 다른 농가를 방문하면서 ASF가 전파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에 대해 10일간 축사 출입 제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