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 북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른 지역과 연결된 교량이 한 개뿐인 섬(강화군 석모도)에 상륙하는가 하면, 아직 ASF 침투 기록이 없는 경기 양주시에서도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농림축산식품부는 인천 강화군 석모도(삼산면)의 한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에서 ASF 바이러스를 검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강화읍의 의심 농가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ASF 발생 건수는 8건으로 늘었다. 이 농장은 사실상 폐업농장으로 돼지 두 마리만 길렀다. 반경 3㎞ 이내에 다른 농장은 없다. 석모도는 한 개뿐인 교량(석모대교)을 이용해 차로 방문하거나 강화도에서 배편을 이용해 오갈 수 있다.하지만 최근 이 농장을 드나든 차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가 감염 경로 파악에 애를 먹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ASF에 감염된 돼지 또는 멧돼지와 접촉한 파리 모기 등 곤충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곤충을 통한 전염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ASF 의심신고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날만 해도 인천 강화군 하점면, 경기 연천군과 양주시 등 3개 지역, 5개 농가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양주시는 처음으로 의심신고 리스트에 올랐다.정부는 ASF 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출입 차량 등을 대상으로 하는 돼지 이동중지 명령 시한을 28일 낮 12시까지 48시간 연장했다. 이동중지 명령 여파로 이날 11개 도매시장 중 10곳에서 돼지고기 경매가 중단되자 한국거래소는 이날 돈육 선물시장 문을 닫았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모든 농가 통제초소 설치 마무리 단계·거점소독시설 확충경기지역 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농가가 7곳으로 늘어난 26일 이와 인접한 강원도가 차단 방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특히 '한 곳이라도 뚫리면 끝장'이라는 자세로 도내 262개 양돈 농가 입구에 설치하는 통제 초소를 이날 중 마무리한 뒤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접경지역 및 방역 취약농가 128곳의 돼지 혈액 검사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현재까지 모두 음성 판정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군부대 제독 차량 11대가 방역에 동원돼 소독 차량 85대가 각 농가 돈사와 인접 도로 등에서 집중 소독을 벌이고 있다.양구지역의 거점소독시설이 공사를 마치고 운영에 들어가는 등 도내 총 32개 거점소독·통제초소가 운영되고 있다.돼지열병 발생 농가가 이용한 도축장과 역학 관련이 있는 농장 33개를 추가로 확인해 총 85개 농장에 이동제한을 내렸다.각 시·군도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철원군에서는 동송읍 이장협의회가 방역 작업에 동참해 민·관·군이 함께 비상 근무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원주시는 예비비 4억원을 긴급 투입해 34개 양돈 농가 입구에 통제 초소 28개를 추가 설치하고, 매일 공무원 등 186명을 투입해 24시간 방역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축사 지붕 등에 대해서는 드론을 활용해 방제를 완료할 예정이다.홍경수 도 동물방역과장은 "철원 등 ASF 발생 농가와 인접한 접경지역 농가를 중심으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도내 모든 농장 입구의 통제 초소 설치를 오늘 중 마쳐 방역선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국내 첫 확진 판정 이후 조사한 26마리 포함환경 차관 "발생농가서 멧돼지로 바이러스 옮기지 않게 철저히 차단"정부가 전국 야생멧돼지 1천여 마리를 조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전국 야생멧돼지 1천94마리를 검사한 결과 모두 ASF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1천94마리는 살아 있는 개체와 폐사체를 모두 합한 수치다.1천94마리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 확진 판정이 나온 이달 17일 이후 검사한 멧돼지는 26마리다.아직 감염경로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전국적으로 30만 마리에 달하는 야생 멧돼지가 ASF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활동성이 강한 야생 멧돼지로 ASF가 전파될 경우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ASF 전염이 북한 지역의 멧돼지로부터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비무장지대(DMZ) 등 전방 지역에서 폐사한 멧돼지에서 발생한 구더기·파리나 폐사체에 접근한 조류·곤충이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환경부는 국방부 협조를 얻어 북한에서 유입되는 임진강, 한탄강, 한강하구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ASF 바이러스를 검사 중이다.환경부 관계자는 "며칠 안에 하천 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박천규 환경부 차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시 ASF 발생 농가 주변에 있는 멧돼지 서식지역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박 차관은 파주시로부터 자세한 상황을 전해 들은 뒤 ASF 발생 농가와 돼지 매몰지에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차단해달라고 주문했다.그는 "현재 상황에서는 발생 농가에서 야생멧돼지로 바이러스가 옮겨가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SF가 더 확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