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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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낸 데 이어 해외 인수합병(M&A)에서도 처음 성과를 거뒀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업들의 든든한 파트너 역할을 해 나가겠습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사진)은 26일 기자와 만나 “인도네시아 법인 출범은 창사 58년 만에 맞은 뜻깊은 성과”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IBK인도네시아’ 법인의 출범식을 열었다. 지난 1월 현지의 아그리스은행과 미트라니아가은행을 인수한 지 8개월 만이었다. 김 행장은 “그동안 다른 시중 은행에 비해 해외 영업망이 적은 편이었는데 해외 M&A를 통해 현지에 진출하는 결실을 봤다”며 “이번 법인 설립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취임한 김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해외 시장 개척을 중요한 과제로 꼽아왔다. 인도네시아는 그중에서도 가장 집중적으로 공략해온 나라다. 그는 “중국은 국내 기업 진출이 활발하지만 규제와 정치적 이슈가 많아 시장 개척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포스트 차이나’라고 불릴 정도로 산업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시장이어서 주목해왔다”고 말했다. 이미 1000곳이 넘는 국내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어 기업 금융 수요도 많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최고의 중소기업 전문은행’을 만드는 게 김 행장의 목표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기업은행 전체 해외 이익의 25%, 해외 자산의 15%를 인도네시아에서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행장은 “현지 은행이 많지만 대부분 지점이 수십 개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며 “선진 금융 기법과 디지털을 접목한 서비스로 현지 금융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아직까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는 “기업은행의 모바일 앱을 송금이나 소액 거래 위주로 간소하게 개편해 보급하는 방안 등을 구상 중”이라며 “아직까지 대면 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외에 미얀마 등 다른 국가에서도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국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키워나가 기업들에 실질적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은 12개국에 58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국내 시장의 생존 과제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김 행장은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금융을 활성화할 것을 주문해왔다. 김 행장은 “디지털 전환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 가능하도록 바꾸는 게 핵심”이라며 “올해 출시한 디지털뱅킹 앱 아이원(i-ONE)뱅크는 고객의 목소리를 일일이 반영해 인터넷전문은행 앱 수준으로 만든 야심작”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원뱅크는 기존 7단계에 걸쳐 이뤄졌던 계좌 이체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게 특징이다.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없이 하루 최대 500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김 행장은 “기업 고객 모바일 서비스도 무방문·무서류를 기반으로 편의성을 높였다”고 했다. 이를 위해 △비대면 계좌 개설 △비대면 전자약정 △비대면 서류제출 서비스 등 3대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중소기업 전용 플랫폼인 ‘박스(BOX)’도 출시했다.

이런 노력 덕에 은행 실적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98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9643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어두운 글로벌 경기 전망과 금리 인하 가능성은 하반기 은행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 행장은 “국내외 경제 성장세가 주춤해지면서 중소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리 인하로 인해 은행의 이자 이익도 줄어들 전망이어서 새로운 경영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 구조를 다각화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당하게 쌓아 비용을 관리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많은 위기를 겪으며 쌓아온 기업은행만의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